이건우(30)씨가 소아과에서 백신 접종을 한 뒤 받은 뽀로로밴드. 이건우씨 제공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최윤화(29)씨는 최근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아파트 단지에 있는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 소아청소년과를 찾으면 뽀로로 밴드를 붙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뽀로로 밴드를 받는 데 실패했지만 밴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밴드를 받았다. 최 씨는 “밴디라고 처음 보는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를 받았는데 너무 귀여워서 뽀로로 밴드를 못 받은 한을 풀 수 있었다”며 “2차 접종에서는 뽀로로 밴드를 받았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소아청소년과에서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소아청소년과가 어른들에게 백신 접종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백신 접종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맞고 싶은 어른들 사이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접종 명당’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소아청소년과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소아청소년과 간호사도 “요즘 백신 접종을 위해 내원하는 분들이 많다. 성인 손님이 더 많은 지경”이라고 했다.
이는 ‘뽀로로 밴드’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에서 백신 접종을 하면 주사를 놓은 곳에 뽀로로 밴드를 붙여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아청소년과는 ‘백신 접종 명당’이 됐다. 에스엔에스 등에는 자기 팔에 붙인 뽀로로 밴드를 사진 찍고 “백신 접종은 역시 소아청소년과지”, “뽀로로 밴드 인증!”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뽀로로 밴드 인증샷’을 올리며 백신 접종을 즐겁게 기념하는 것이다.
최윤화씨(29)가 소아과에서 받은 밴디 밴드. 최윤화씨 제공
뽀로로 밴드뿐 아니라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진료하는 특성상 좀 더 편한 분위기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과를 선호하는 어른들도 있다. 이들은 편한 분위기에서 백신을 맞으니 긴장도 덜되고,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월 소아청소년과에서 얀센 접종을 한 뒤 뽀로로 밴드를 받은 이건우(30)씨는 “백신 접수랑 문진을 굉장히 친절하게 해줬고 주사도 친절하게 놓아줬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1차, 2차 백신을 다 맞았다는 이아무개(32)씨도 “백신을 맞는 게 많이 떨리고 긴장도 됐는데 소아청소년과에 아기와 어린이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긴장이 풀렸다”며 “의사, 간호사분들이 주사를 놓을 때 ‘조금 아파요. 따끔∼’ 등 다정한 목소리로 맞아줘서 소아청소년과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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