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공공개발 사업을 접은 혐의로 기소된 경기 용인도시공사 전 사장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개발이익이 크게 남는 수도권에서 기초자치단체가 설립한 도시공사와 민간개발업자의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한섭 전 용인도시공사 사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재임 중이던 2015년 1~4월 용인 보정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건설사 임원 ㄱ씨 등으로부터 현금 5천만원과 양주 3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ㄱ씨 등이 용인도시공사가 보정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김 전 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2013년 12월 ㄱ씨 등이 속한 건설사는 보정지구 개발 조합설립을 위해 토지주들의 동의를 받고 있었다. 2014년 12월께 용인도시공사에서 보정지구 개발사업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토지주에게 알려졌고, 더 높은 가격에 토지가 수용될 것이란 기대를 가진 토지주들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ㄱ씨 등이 추진하던 사업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ㄱ씨 등은 김 전 사장과 채무관계에 있던 지인을 통해 금품 5천만원과 양주 3병을 전달했고, 2015년 2월 용인도시공사는 ㄱ씨 쪽 건설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보정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전 사장은 “당시 부채 비율이 급증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신규사업을 억제하라는 경영진단 결과를 받는 등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다. 보정지구 개발사업을 검토한 적이 없기 때문에 청탁을 받을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용인도시공사 내부자료를 근거로 사업 시행을 검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김 전 사장 쪽 상고를 기각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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