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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회에서도 예후 좋지 않았을 것”…군, 10분 만에 순직 재심의 ‘기각’

등록 2021-09-30 15:14수정 2021-09-30 15:24

2016년 백혈병 사망한 홍 일병 유족 정보공개청구
당시 군에서 적절한 치료 못 받았다고 인정됐으나
순직 재심의는 기각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회의록. 군인권센터 제공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회의록. 군인권센터 제공

국방부가 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군인을 두고 “사회에 있었어도 어차피 예후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10분 만에 순직 유형 재심의를 기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인권센터는 30일 “2016년 복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로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에 대한 국방부의 순직유형 재심사가 10분도 걸리지 않아 졸속으로 기각된 사실이 유가족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라 확인됐다”고 밝혔다.

센터가 공개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ㄱ위원은 “망인의 질병은 복무 7개월 여 만에 발병했고, 질병의 악화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며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이며 빨리 알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ㄴ위원은 “사회에 있었어도 병의 진행을 보았을 때 예후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위원 8명 전원의 동의로 홍 일병의 순직 유형을 Ⅲ형으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2015년 8월 입대한 홍 일병은 2016년 3월24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에 따른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2016년 3월6일부터 22일까지 두통, 구역질,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군 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두통약과 두드러기약 등만을 처방받았다. 이후 민간병원에서 홍 일병에게 혈액암이 의심되니 혈액내과를 방문하라는 소견을 받았으나, 이때도 부대 지휘관과 군의관은 이틀 뒤에야 국군춘천병원에 외진을 보내는 등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홍 일병은 이 병원에서 백혈병 가능성이 높고 뇌출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 숨졌다. 육군 보통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지난 2016년 9월 홍 일병을 순직 Ⅲ형으로 분류했다.

정부는 사망한 순직 군인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Ⅰ형은 ”타의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 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사람”이 해당된다. Ⅱ형은 질병을 포함해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재산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다. Ⅲ형은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재산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다. Ⅰ·Ⅱ형은 국가유공자가 되고, Ⅲ형은 보훈보상대상자가 된다.

이에 유족은 지난 2019년 2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이듬해 9월 위원회는 교육 훈련 상황도 사망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군이 홍 일병의 심각한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 △외부 병원 진료 요청도 하지 않고 영내에 대기시킨 점 △지휘부가 훈련기간을 이유로 병색이 완연한 홍 일병을 훈련에 참여시킨 점 △훈련이 끝난 시점에서야 외부 병원에 보낸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군의관의 직무유기와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이 효과적인 진료를 방해해 사망을 야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유족은 다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순직 유형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지난 3월 국방부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군 복무로 인해 질병이 악화된 것은 인정하지만, 교육훈련이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게 결정의 근거였다.

센터는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에 사망한 것과 부대 요인으로 제대로 진료받지 못해 백혈병인 줄도 모르고 치료도 받아보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라며 “졸속으로 처리된 재심의 결과를 철회하고, 홍정기 일병의 순직 유형을 3형에서 2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센터는 전공사상심상위원회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위원 명단 공개와 순직 유형 구분 폐지 등을 촉구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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