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입양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월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1주기를 앞두고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해온 입양 절차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맡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그치지 않는 입양 아동 학대 사건 대책으로 입양 절차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왔는데, 정부 역시 이 방안에 공감해온 터라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입양 절차 전반을 주도하는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 국제입양법 제정안을 12일 대표 발의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입양 절차는 민간 입양기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입양 부모와 관련한 필수 서류를 검토해 최종 입양 허가를 내리는 것은 가정법원이지만, 입양 신청부터 예비 양부모와의 상담·조사, 양부모와 아동의 결연, 사후관리까지 입양 절차 전반을 떠맡고 있는 것은 민간기관이다. 그렇다보니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입양 아동 학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민간기관 심사 과정에서 양부모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입양 절차 전반에 관한 사항을 국가와 지자체 책임과 권한으로 명시했다. 지자체장이 입양이 해당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결정한 경우에만 입양을 진행하도록 했고, 입양 신청과 양부모 상담, 가정환경 조사를 보건복지부가 맡도록 했다.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교육도 받아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입양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양부모가 될 자격의 확인과 결연, 입양 전제 위탁(입양 허가 전 아이 양육)에 관한 사항, 국제 입양대상 아동 등의 결정을 심의하고 의결하도록 했다. 입양이 성립된 후 1년간 사후관리 주체도 입양기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꿨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민간기관은 입양 이후 각종 서비스 제공과 같은 비영리적 업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위탁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입법을 통해 입양 절차의 공공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조혜령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서기관은 “2013년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가입 이후 정부는 입양체계 공공화를 계속해 추진해왔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도 회기 종료로 폐기되곤 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체계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면서 해당 개정안이 나오게 됐고, 이에 정부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입양업무를 전담한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민간 입양기관의 일부 반발도 예상된다.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입양체계의 공공화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앞서 이들 민간 입양기관은 민간이 입양업무를 주도하되 정부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절충안을 요구해 왔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익 추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민간기관에 입양절차를 맡기는 국가는 드물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입양 부모에 대한 교육과 입양 절차도 더 철저하게 이뤄지고, 입양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비롯되는 아동학대도 예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취약한 복지 시스템 속에서 민간 입양기관 중심의 입양체계가 구축돼왔으나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난 7년간 비준하지 못했던 헤이그협약을 비준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