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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문대 최고령 졸업한 ‘63살 아름다운 황혼’ 김금례씨

등록 2006-02-10 19:01

“한 풀릴 때까지 나는 도전 중독자”
초등졸 설움·암 수술 역격딛고
헤어디자인 학사로
노인 미용봉사하며 어학 공부 계속

“나이들어 배운다는 게 부끄럽고 쑥쓰러운 일이었지만, 배우고 싶은 욕망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에게 무료로 봉사하고 싶습니다.”

할머니 헤어디자이너 김금례(63)씨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 전문대학에서 헤어디자인을 전공하고 당당히 학사모를 썼다. 그는 10일 오후 전북 전주기전대 졸업식에서 최고령자로 전문대 학사 학위를 받았다.

스스로를 ‘도전 중독자’라고 소개한 그는 “열아홉 나이에 전북 정읍의 머릿방에서 미용일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7년 전 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30여년간 했던 미용일을 그만두고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만학도의 배움터인 전북도립여성중고교에서 2000년 3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고교 졸업장은 그해 검정고시를 통해 1년도 채 안돼 따냈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영어와 수학 과목은 아들과 딸에게 특별과외를 받았다.

다음 해인 2004년 그는 기전대학 수시모집 특별전형에서 합격해 젊은 학생들과 ‘왕언니’로 불리며 꿈에 그리던 캠퍼스 생활을 보냈다. 그는 “만학도로서 기억력·순발력이 떨어져 20대 학생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직생활을 마치고 보험일을 시작한 3살 위의 남편 외조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청소 등 사소한 일을 맡아서 해줬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는 미장원 일을 하면서도 영어학원을 3개월 다닐 정도로 배움에 대한 갈증은 컸다.

“1등에 대한 욕심을 부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 난징에 어학연수와 현장실습을 떠났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한달도 안돼 되돌아 와서 최고 점수를 얻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의 졸업평점은 4.5만점에 4.3점대 점수를 기록했다. 4학기 동안 전액 장학금을 한번 받는 등 줄곧 장학금을 받았다.

학문에 대한 갈망으로 4년제 방송통신대와 대학 3학년 편입을 희망했으나, 경제력 등 가정형편이 허락하지 않아 꿈을 접었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봉사의 꿈은 계속 간직하고 있다.

전북도립여성중고교 출신 동문 자원봉사 모임인 ‘새잎봉사단’ 회원과 함께 사회복지 시설 등에서 노인들에게 무료 미용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 복지관에 다니며 영어, 중국어, 컴퓨터 활용능력, 탁구 등을 배우고 있다. 남은 인생에서 젊었을 때 배우지 못한 한을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졸업식날 그의 황혼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전주기전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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