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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징어게임’ 쌍문동 시장, 스웨덴인이 소주와 생라면 시켰다

등록 2021-10-25 04:59수정 2021-10-25 09:35

사람 발길 늘며 바빠졌지만 시장 현대화 늦춰질까 우려도
21일 오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 백운시장.
21일 오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 백운시장.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께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주요 촬영지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 백운시장 골목길에서 상인 4명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드라마 인기를 계기로 도봉구청 공무원이 이틀 연속 찾아와 시장에 ‘도봉구 문화홍보관’을 세우는 게 어떤지 상인들 의견을 물어서다. 상인들은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갑론을박했다.

작은 점포 65개가 모인 백운시장은 40년 넘는 역사에도 평소 동네 주민들만 이용하던 작은 시장이었지만, 최근엔 외부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콘텐츠에 등극한 뒤 외국인 손님과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들고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시장이 유명해지는 게 반갑기도 하지만, 자칫 관광객 ‘몸살’만 앓을까 걱정도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21일 오전 드라마 &lt;오징어 게임&gt;의 촬영장소인 건어물가게에 이곳이 촬영지임을 알리는 홍보물이 붙어있다.
21일 오전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촬영장소인 건어물가게에 이곳이 촬영지임을 알리는 홍보물이 붙어있다.

이날 드라마 촬영지인 팔도건어물 가게 앞에는 ‘상우네 생선-팔도건어물’, ‘오징어 게임 촬영지, 이정재 주연’이라고 적힌 스티로폼 상자가 상품 진열대 위에 놓여 있었다. 드라마에 나온 가게 모습을 인쇄한 종이나 홍보용 포스터 등도 스티로폼 상자에 함께 붙어 있었다. 이 가게에서 8년간 건어물을 팔아온 사장 송아무개씨는 “사람들이 하도 (드라마 촬영지가 맞는지) 확인 전화를 해서 아예 써 붙였다. 홍보용 포스터는 손님이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유튜버 등 찾는 이는 늘었지만 매출에는 변화가 없었다. 송씨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진 찍으러 오는 손님들을 다 응대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홀대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21일 드라마 &lt;오징어 게임&gt;의 등장인물들이 소주와 생라면을 먹던 편의점 씨유(CU)우이천점.
21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등장인물들이 소주와 생라면을 먹던 편의점 씨유(CU)우이천점.

백운시장과 함께 드라마에 등장한 편의점 씨유(CU)우이천점도 분주해졌다. 편의점주 최귀옥씨는 “밤에 차를 타고 수원이나 안양 등지에서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스웨덴 사람 4∼5명이 두세차례 한국인 통역사까지 데려와 영상을 촬영하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라면과 소주를 산 뒤 실제 드라마 주인공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그대로 흉내를 내고 갔다고 한다. 씨유 본사 직원들이 가격표도 새 것으로 교체해주면서 최씨는 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다.

상인들은 뜻밖의 인기가 반갑기도 하지만, 드라마 속 이미지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시장 현대화 계획이 백지화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반찬가게 주인 ㄱ씨는 “시장이 너무 노후화했으니 현대식으로 보수하려는 계획도 하고 있는데 관광지가 되어버리면 노후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우려했다. 야채가게 주인 ㄴ씨도 “시장에 사람이 많이 오는 건 좋지만 사실 그게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시장 활성화 업무를 맡고 있는 이성희 백운시장 매니저는 “드라마로 백운시장 특정 점포만 유명해지는 반짝 인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가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시장에 걸맞은 콘텐츠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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