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에 전두환(90)씨가 눈물을 보였다.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로 막역한 친구사이였던 두 사람은 12·12 군사쿠데타를 함께 주도했다.
전두환씨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이순자 여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 전 전 대통령께서 그 말씀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이어 “눈물만 지으시고는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씨의 빈소 방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 “못 가실 것 같다. 거동도 불편하시다. 빈소에 사람들도 많은 것 아닌가. 가서 앉아 계실 수도 없다”고 했다.
전·노 두 사람은 친구 사이였지만 한편으로는 애증의 관계이기도 했다. 노씨는 전두환 정권에서 제2정무장관, 체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대한체육회장 등을 지내고, 1985년 2·12 총선에서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해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에 임명되는 등 2인자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노씨가 대통령이 된 뒤 ‘5공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 관계는 멀어졌다. 두 사람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비자금 사건 등으로 나란히 구속돼 법정에서 손을 잡은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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