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노태우 정부 시기 법무부 장관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8일도 이른 오전부터 조문객이 잇따랐다. 최근 외부 활동이 드물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당시 노태우 행정부에서 각각 법무부 장관과 외무부 미주국장으로 일한 인연으로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김 전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정부로 이행할 때 과도기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고, 남북기본합의부터 소련·중국과의 외교수립 등 많은 업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노씨의 과오에 대해서 묻자 “본인도 유언으로 사죄를 했고, 자제분이 계속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하셨으니 그건 국민과 역사가 판단하고 평가해주시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
반 전 사무총장도 “노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 (외무부) 미주국장을 했다”고 인연을 소개하며 “평생 외교관의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외교지평을 대폭 넓힌 것이 노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또 상주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청와대에서 지낼 때 ‘한미 관계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해서 “당시 직접 ‘대통령 아들’에게 한미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브리핑한 기억도 있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노태우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이날 조문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임재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비서관도 연이틀 빈소를 지켰다.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장남 재국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등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씨는 빈소에서 유족을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못와 죄송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임재길 전 수석이 전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이 28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에서 “노태우 국가장에 반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이번 ‘노태우 국가장에 반대하는 시민행동’ 릴레이시위는 권 의원의 제안으로 정의당에서 기획했다. 박강수 기자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정의당 주도로 ‘노태우 국가장에 반대하는 긴급시민모임’ 릴레이 1인시위가 시작됐다.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국가장 반대’ 손팻말을 든 권수정 정의당 서울특별시의회 시의원은 <한겨레>에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으로 역사적 평가도 끝났다”며 “죽음에 대한 애도는 가능하겠지만 국가적 애도는 반대한다. 역사적 평가를 무위로 돌리는 시도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고병찬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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