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노재봉 전 총리가 추도사 도중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30일 열린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정규 육사 1기생들에게)한국 정치는 국방의식이 전혀 없는 난장판으로 인식됐다”며 “이것이 그들(육사 1기생)로 하여금 통치기능에 참여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군부의 12·12 쿠데타와 군사정권 탄생, 군부독재의 정당성을 옹호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노태우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정규 육사 1기 졸업생이 바로 각하(노 전 대통령)와 그 동료들이었다. 이들은 목숨을 담보로 투철한 군인정신과 국방의식을 익혔을 뿐 아니라, 국민의 문맹률이 80%에 달하던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현대 문명을 경험하고 한국에 접목시킨 엘리트들이었다”며 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는(통치기능 참여는) 1기생 장교들의 숙명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는지도 모르겠다”며 “이 숙명을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 바로 ‘군 출신 대통령은 내가 마지막이야’라고 말씀한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고인의 생전 업적을 되짚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한국 현대사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12·12 군사쿠데타와 군부독재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관여한 노씨의 행위를 정당화하기도 하는 발언이다.
노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별 사면 조처로 이후 복권됐지만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내란죄 등으로 징역 17년, 추징금 2688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 청년단체 ‘범죄자 노태우의 국가장을 반대하는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은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세계평화의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씨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했다. 광주민주항쟁 당시 벌어진 학살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다.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역사적 용서와 화해가 아닌 정권의 비겁함”이라고 비판했다.
이승준 이주빈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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