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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의 통치 참여 숙명일수도”…노재봉, 국가장서 신군부 옹호

등록 2021-10-31 18:53수정 2021-11-01 02:35

노재봉 전 총리 “한국 정치 난장판…통치 참여 계기”
5·18재단 상임이사 “국가장 빌미로 그릇된 국가관 드러낸 것”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 노태우 전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리고있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 노태우 전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리고있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장으로 치러졌던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군인들의 통치 참여는 숙명이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치러진 국가장이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했던 군부독재 세력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지난 30일 열린 노씨의 영결식에서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육사 1기 졸업생이 바로 각하(노 전 대통령)와 그 동료들이었다. 국민의 문맹률이 거의 80퍼센트에 해당하던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현대문명을 경험하고 한국에 접목시킨 엘리트들”이라며 “그런 분들이 보는 한국 정치는 우선 국방의식이 전혀 없는 난장판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통치기능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였다. 이는 이 1기생 장교들의 숙명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는지도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노태우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노 전 총리는 노씨 유족이 추천한 장례위원 고문으로 영결식 추도사를 맡았다.

노 전 총리의 발언은 1997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두환씨와 노씨 등 12·12 반란과 5·18 관련 책임자에게 군사반란과 내란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은 역사를 사실상 부정하고, 신군부 세력의 정치 쿠데타를 미화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당시 대법원은 “우리 나라의 헌법질서에서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며 전씨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 노씨에게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김영삼 정권의 특별사면으로 이들은 2년여 만에 풀려났다.

게다가 노 전 총리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이끈 ‘6·29 선언’ 역시 노씨의 ‘공’으로 돌렸다. 전두환 정권 말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이 전국 규모로 확산하자,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씨는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서울 올림픽 이전 각하께서 (하신) 그 유명한 6·29 선언 공표를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이념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흑자경제 성과로 이어진 한국 사회 구조의 변화를 확인하는 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정권부터 노씨가 몸담았던 신군부까지 이어진 군부독재 권력에 항거한 시민들이 일궈낸 6·29를 권위주의 정권의 공적으로만 평가한 셈이다.

최정기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6·29 선언은 6월항쟁 이후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노씨가 이를 이용해 (정권을) 잡은 것이라는 평가까지 있다. 그럼에도 이런 발언이 나오는 데엔 과거 권위주의 세력의 과오를 청산하지 못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3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 “국가장은 국가가 애도하고 추모를 한다는 의미를 갖는데, 노 전 총리 같은 인물이 국가장을 빌미로 자신의 그릇된 국가관을 공개적으로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다. 국가장을 치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장예지 서혜미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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