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인기에 소품가게·봉제공장 특수
“물건 구매 전 쓰레기 처리도 고민해야”
“물건 구매 전 쓰레기 처리도 고민해야”
‘오징어 게임’ 가면, 호박 모양 플라스틱 소품, 비닐 옷….
환경미화원 ㄱ(66)씨가 31일 이태원 거리에서 주운 ‘쓰레기’들이다. 3년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일하는 그는 “핼러윈을 즐기던 사람들이 떠나면 이태원 거리는 거대한 쓰레기장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5시30분께부터 청소를 시작한 ㄱ씨는 “음식물, 플라스틱 컵, 담배꽁초 쓰레기는 평소보다 양이 늘었고, 아무렇게나 버려진 핼러윈 의상이나 소품도 많다”고 말했다.
이태원은 각종 괴물과 캐릭터 등으로 분장한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가면과 의상을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상점과 가판 곳곳에서도 오징어 게임 가면은 2천원부터, 의상은 2만원대부터 판매됐다. 이태원에서 20년째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윤아무개(75)씨는 “핼러윈에 이태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 평소보다 매출이 늘었다”며 “올해는 오징어 게임 관련 소품이나 의상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봉제공장도 오랜만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울 금천구의 한 봉제업체 직원 ㄴ(42)씨는 “최근 열흘 사이 오징어 게임 의상만 300장 만들었다”고 했다.
빠르게 생산되고 저렴하게 팔리는 핼러윈 소품과 의상은 수명도 짧다. 정아무개(18)씨는 “이왕이면 올해 핼러윈에 제일 유행하는 의상을 입고 싶어 인터넷에서 오징어 게임 의상을 미리 구매했다”며 “내년까지 유행이 계속되지 않으면 다시 입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가판에서 ‘스파이더맨’ 등 캐릭터 가면을 판매하는 오아무개(67)씨는 “저렴한 소품은 하루 쓰고 버리거나 술에 취해 길거리에 벗어두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핼러윈 축제 때면 늘 쓰레기 논란이 뒤따르곤 한다. 핼러윈에 쓰이는 물건 대부분이 재활용하기 어려운 소재로 제작되는 탓이다. 영국 자선단체 페어리랜드 트러스트와 환경단체 허버브는 2019년 영국 내에서 판매된 핼러윈 의상에서만 2천t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핼러윈에 많이 소비되는 의상이나 소품은 대체로 여러 소재가 사용돼 재활용이 어렵다”며 “한두번 입고 버릴 경우 불필요하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환경미화원 ㄱ(66)씨가 이태원 거리에서 주운 의류 쓰레기를 펼치는 모습. 환경미화원 ㄱ(66)씨가 이태원 거리에서 주운 의류 쓰레기를 펼치는 모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450/imgdb/original/2021/1031/20211031502250.jpg)
환경미화원 ㄱ(66)씨가 이태원 거리에서 주운 의류 쓰레기를 펼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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