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낮 오토바이를 탄 배달기사들이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식당·카페 등의 영업제한이 풀리며 손님 맞을 채비에 분주한 자영업자들에게 생각지 못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할 일이 늘었는데 막상 ‘일할 사람’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갑작스레 아르바이트 수요가 폭증한 탓도 있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알바 인력’이 코로나19로 몸값이 높아진 배달업계로 이미 빠져나가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일 <한겨레>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 연장에 사람을 새로 뽑으려 하지만 ‘알바생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광호(54)씨는 주중 오후 5시~10시 근무, 시급 9500원을 내걸고 지난달 25일 온라인 알바 구인광고를 냈다.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려는 ‘쪼개기 알바’가 아닌데도, 아직도 연락이 없다. 김씨는 “젊은 친구들은 수입이 괜찮으니까 배달 분야로 많이 가고 당구장이나 음식점 같은데는 잘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도 기존의 음식점, 카페 일보다 배달일이 더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알바 일자리가 줄자 배달일을 하게 된 박아무개(26)씨는 보통 하루 10~11시간 일하고 16만~17만원, 더 바쁜 날은 20만~22만원을 번다. 한 건당 2만원이 넘는 콜이 잡힐 때도 간혹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엔 고깃집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10시간 일했고, 하루 10만원가량 손에 쥐었다. 박씨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배달 수요는 늘었고, 가게 알바는 하려고 해도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배달은 자율성이 있어서 일하다가 볼일 있으면 다른 일해도 되고 쉬어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음식점에 아르바이트 직원 구인 공고가 붙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배달 ‘알바생’ 규모 변화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여러 통계를 보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증가추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9조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20조원 규모로 2배 넘게 성장했다. 지난달 19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배달을 주업으로 하는 배달원 수는 역대 최대인 42만3천명으로, 1년 새 약 14.2% 증가했다. 배달플랫폼들이 부정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부업이나 알바로 하는 이들도 있어 배달 알바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의 수는 줄고 있다. 통계청 9월 고용동향을 보면 9월 한 달간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2만6천명 줄면서 3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밖에 서빙 일자리 일부를 책임지던 외국인 노동자 감소, 코로나19 거리두기에 자영업 매출이 출렁이며 언제 알바를 잘릴지도 모른다는 지원자들의 불안감 등도 알바 구인난을 부채질한다.
구인난은 자영업자들에게 인건비 상승 압박으로 다가온다. 무교동의 한 고깃집 사장은 “서빙할 중국·베트남계 직원을 겨우 구했는데, 지난해 일당이 7만~8만원이었다면 지금은 12만원까지 인건비가 올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상당수 인력이 배달업계로 넘어간 것도 구인난에 작용했으리라 보고 있다. 아직 ‘위드 코로나’ 초기인 만큼 이런 사태가 지속할지 지켜보면서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장현은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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