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방부에 군사보호구역 내 민간인 검문 관련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4일 국방부 장관에게 “군인이 군사보호구역 내 민간인을 대상으로 검문할 때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민간인에게 개방된 군사보호지역 방문자들이 군부대에 의한 검문 가능성 등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안내표지판 등을 설치하라”고도 권고했다.
진정인 ㄱ씨는 “민간인에게 개방된 군사보호구역에서 등산 중이었는데, 군인 신분인 피진정인이 본인을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라고 속이고 선택적 검문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방문 목적과 지도를 입수한 경위 등을 질문했다”며 지난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ㄱ씨는 “피진정인이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피진정인 ㄴ씨는 “경험상 군인 신분임을 밝혔을 때 불안감을 드러내는 등산객이 많아 진정인에게 지방자치단체 소속 직원으로 본인을 소개했으나 진정인의 항의를 받고 군부대 소속임을 밝힌 후 질문했다”며 “이후 진정인이 부대에 항의해 피진정인의 상급자가 진정인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군사보호시설에서 군인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검문의 경우, 그 과정에서 선량한 시민을 범법자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고 검문 대상자에게 공포심과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며 “검문 대상자에게 검문의 목적과 취지, 검문 실시자의 소속과 신분을 명확히 고지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검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군인의 검문 활동의 경우, 직무수행의 법령상 근거와 절차가 미비하고 자체적으로 마련한 매뉴얼에도 검문 수행자가 군인이라는 정도만 밝히도록 안내하고 있어 검문 수행자가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묻기보다는, 전국의 군사보호구역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동일한 직무를 실시하고 있는 순찰간부들이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규정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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