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으로 상품권을 사서 되팔아 마련한 현금을 임직원 이름으로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에게 수백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는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황창규 전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4일 구 대표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해 재판 없이 벌금형 등을 선고해달라며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절차다. 또 같은 혐의로 맹아무개 전 대관 담당 부서장 등 4명과 케이티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맹씨 등 4명이 서로 공모해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회사 돈으로 상품권을 샀다가 파는 방식으로 11억5천만원 상당의 돈을 마련해, 이 가운데 약 4억3800만원을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판단했다.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구 대표 등 임원 10명은 약식기소했다. 구 대표는 당시 부사장급 임원으로, 2016년 9월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황창규 전 회장에 대해서는 “대외업무 담당부서의 부외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기부가 황 전 회장에게 보고됐거나, 황 전 회장이 제대로 인식한 채 지시·승인했다고 볼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