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피자 등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주들에게 원재료 등 주요 물품을 ‘품질 통일성 유지’ 명분으로 본사에서 구입하도록 강제한다. 본사 매입가격과 가맹점 공급가격 차이(유통마진)는 고스란히 본사 이익(차액가맹금)이 된다. 자영업에 뛰어든 가맹 희망자들은 본사로부터 비싸게 물품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맹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시·경기도 합동 실태조사(2017년 12월)를 보면, 가맹점주 가운데 74%는 차액가맹금 존재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강제를 통한 폭리 사례가 잇따르자 공정위는 2018년 4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고쳤다. △본사에 내야 하는 평균 차액가맹금 규모 △구매 대금 상위 50% 품목 전년도 공급 가격(상·하한) △필수 품목 공급·운송 과정에 본사 특수관계인(배우자, 계열사 여부) 참여 등을
가맹 희망자들에게 미리 공개하도록 했다. 이듬해 3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49곳은 개정된 시행령이 직업수행의 자유, 계약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결정에 참여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프랜차이즈업계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과도한 차액가맹금을 방치할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 현실에서 대다수 중소상인인 가맹점 사업자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우선 경제력 및 정보력 차원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가맹본부는 강자, 가맹 희망자 및 사업자는 약자 위치에 있다고 봤다. “차액가맹금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가맹 희망자는 자신이 비싸게 물품을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를 믿고 가맹 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가맹사업 특성상 일단 (희망자가) 투자를 하게 되면 높은 매몰비용 등으로 인해 가맹본부가 필수 품목을 높은 가격에 공급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제력, 정보력에서 약자인 가맹 희망자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계약 체결 전에는 이러한 사정을 알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가맹본부가 영업 노하우 및 품질 관리를 통해 가맹 사업자가 손쉽게 사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그렇더라도 “가맹본부가 상품 공급에 관여해 과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방임하면 이는 상품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공정위 조사(2017년)를 보면,
구입 강제 품목 공급 과정에 본사 배우자 및 계열회사 등 특수관계인이 참여한 가맹본부는 조사 대상 50개 가운데 24곳(48%)에 달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물품 공급가격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품질 차이와 특수 비법 등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가격이 공개되더라도 곧바로 사업상 어려움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헌법소원을 냈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호진 사무총장은 “공공영역도 아닌 민간사업 부문에서 원가나 마진을 공개하라는 법령에 대한 헌재 합헌 판단이 많이 아쉽다. 협회 차원 논의를 통해 이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광준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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