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엔번방 첫 개설자 문형욱(갓갓) 1심 선고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텔레그램 엔(n)번방 최초 개설자 ‘갓갓’ 문형욱(25)에게 징역 34년이 확정됐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의 공범 ‘부따’ 강훈(20)은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문형욱에게 징역 3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형욱은 2017년 1월~2019년 7월 1200여차례에 걸쳐 피해자 20여명에게 스스로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전송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또 2019년 2월~2020년 1월 보안상 사용자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에 이른바 ‘엔번방’이라 불리는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1번 방’ ‘2번 방’ 등 번호를 매겨 운영하며, 성착취 영상물 3천여개를 올리기도 했다. 문형욱은 피해 청소년 부모 3명에게 성착취물 유포를 협박하고, 피해자 2명에겐 흉기로 자신의 신체에 특정 글귀를 새기게 강요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피해자들의 성착취물이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이상 그 피해가 회복될 여지가 없고 평생 벗어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하루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며 문형욱에게 징역 34년을 선고하고 1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이날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부따’ 강훈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훈은 2019년 9∼11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공모해 여성들을 협박한 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영리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접근해 재판장 비서관으로 행세하며 1천만원을 받아 챙기고, 범죄 수익금으로 받은 암호 화폐를 환전해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나이가 어린 아동·청소년을 박사방 이용자들의 그릇된 성적인 충동을 해소하는 데에 활용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스엔에스)를 성범죄의 온상으로 만드는 등 왜곡된 성 문화를 자리 잡게 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신분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자신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 제작·유포돼 지금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한편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은 지난달 14일 징역 42년을 확정 받았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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