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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영보자애원 피해자를 찾습니다

등록 2021-11-15 16:33수정 2022-01-14 09:23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진실화해위 앞서 진상조사 촉구
“서울역에서 누가 데려가” “통장 아저씨가 잡아가” 증언
2017년 조사 “자진 입소 12%…대부분 강제입소 의심”
1985년 개원 당시 영보자애원 입구 모습. 서울사진아카이브
1985년 개원 당시 영보자애원 입구 모습. 서울사진아카이브
1983년, 중학교 2학년이었던 오충빈(51)씨의 어머니(임경애·당시 38살)가 미용실을 간다며 외출한 후 사라졌다. 오씨의 할머니와 이모는 어머니를 백방으로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어머니의 주민등록은 말소됐고, 오씨는 어머니가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다. 24년이 지난 2007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서울시립영보자애원으로부터 엽서 한 통이 날라왔다. 오씨의 어머니를 시설에서 모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설에서 찾아온 어머니는 아들을 보고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청각장애가 있고, 경계성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어머니는 실종되던 날에 대해 “서울역에서 누가 데려갔다”고 말했다. 온몸이 망가진 상태로 오씨의 집으로 온 어머니는 3년 동안 병치레를 하다가 2010년 사망했다. 오씨는 “왜 20년이 지나고 어머니가 병든 상태가 돼서야 가족을 찾아줬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영보자애원은) 어머니의 삶을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영보자애원 전경. 서울사진아카이브
영보자애원 전경. 서울사진아카이브
15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씨의 어머니가 겪은 일을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며 진실화해위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1980년대 ‘길거리 정화’ 명목으로 거리의 여성들을 강제로 영보자애원에 보냈다며, 오씨 어머니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연구소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길거리 정화 사업에 나서며 거리의 여성들을 붙잡아 대방동 남부부녀보호소에 보냈다. 이들 중 800명에 달하는 여성 부랑인은 1985년 8월 개원한 영보자애원으로 옮겨졌고, 영보자애원은 2012년 여성노숙인요양시설로 전환됐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서울시립영보자애원에 강제로 입소된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권익센터와 유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5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서울시립영보자애원에 강제로 입소된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권익센터와 유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영보자애원 문제를 최초로 알린 박병섭 장애인평생지원협회 회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보자애원 생활인 대부분이 강제입소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서울시에서 진행한 노숙인생활시설 인권실태조사의 민간조사원 자격으로 10여명의 영보자애원 생활인을 인터뷰했다. 박씨는 “한 분은 20대 초반인 1983년 부산에서 서울에 시집온 언니를 보러 서울역으로 왔는데 어떤 버스를 탈지 몰라 왔다갔다하다가 느닷없이 남자 여러 명이 자기를 잡아와 이곳에 왔다고 했다”며 “또 다른 분은 어릴 적부터 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통장 아저씨와 누군가가 자신을 잡아다가 와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2017년 민간조사원들이 영보자애원 조사 뒤 자진입소자는 1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강제입소와 경찰에 의한 입소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서울시는 인권침해 사례와 관련해 ‘특이사항 없음’으로 보건복지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1985년 서울시립 영보 자애원이 염보현 서울시장(오른쪽 다섯번째)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식을 가졌다. 서울사진아카이브
1985년 서울시립 영보 자애원이 염보현 서울시장(오른쪽 다섯번째)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식을 가졌다. 서울사진아카이브
영보자애원 내부 시설 모습. 서울사진아카이브
영보자애원 내부 시설 모습. 서울사진아카이브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영보자애원이 거리의 부랑자들을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시민을 납치해 인권유린을 저지른 형제복지원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정연웅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집행위원은 “형제복지원에서 끝날 줄 알았던 악몽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생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세상에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안에서는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진상 규명에 나서 피해 당사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형제복지원이나 영보자애원의 경우 위법적인 부랑인 관련 훈령에 근거해 어떤 방어권도 행사할 수 없는 부랑인을 불법으로 가뒀다”며 “적법 절차에 반하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서울시립영보자애원에 강제로 입소된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권익센터와 유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5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서울시립영보자애원에 강제로 입소된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권익센터와 유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오씨와 박씨는 기자회견 후 진실화해위에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또한 연구소는 영보자애원에 약 300명에 달하는 장애인이 지금도 생활하고 있다며 진실화해위를 향해 “입소자들이 스스로 강제수용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입소관리 카드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라”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영보자애원 사무국장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등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영보자애원 쪽은 <제이티비씨(JTBC)>에 “당시와 지금은 운영진이 다르다. 오래전 일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9월2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영보자애원 관련 질의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1985년 영보자애원 개원 당시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입소한 사항 관련해서는 그간 경찰과 연계해서 DNA 분석, 지문채취 등을 통해서 총 123명의 연고자를 인계했다. 현재는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퇴소나 타 시설 전원이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가 되면 인권실태조사를 하고 면밀히 파악을 해서 사례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과거사 진실규명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이우연 장현은 기자 azar@hani.co.kr

영보자애원 등 시설에 강제로 입소해 신체적 자유를 빼앗긴 피해자 혹은 피해자 친족들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화(02-2675-8153)나 이메일(human5364@daum.net)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반론보도] 서울시립영보자애원 관련

본지는 2021년 11월15일자 「서울 영보자애원 피해자를 찾습니다」 제하의 기사에서 영보자애원 생활인 대부분이 강제입소를 당했으며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는 취지의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영보자애원은 “현재 입소된 생활인들은 과거 서울 대방동 남부부녀보호소에서 전원된 사람들이며, 영보자애원은 여성부랑자들을 강제수용 한 바 없고, 영보자애원은 형제복지원과는 달리 서울시 인권실태 조사에서 인권침해 사실이 없다고 확인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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