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도착해 대기하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낸 가운데, 이를 두고 ‘윤 후보 소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풀이와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지난 11일 윤 후보 쪽에 서면질의서를 보내 이달 말까지 답변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면질의서에는 윤 후보가 지난해 6월 이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니라 인권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쪽 변호인은 “공수처 요청에 따라 서면 답변 및 관련 자료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서면조사는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불러 조사하기 어려울 때 사용되는데, 검찰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을 때 최소한의 소명을 듣는 차원에서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선 ‘피의자 신문조서’가 필요한데, ‘서면조사’를 통해 이를 갈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를 찌르는 질문’ 대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질문을 보며 변호인이 대신 답변할 수 있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직접조사에 견줘 유리한 조사 방식으로 꼽힌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직접 불러 조사하긴 어렵지만 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 서면조사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며 “공수처가 윤 후보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변호사도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은) 공수처의 수사 의지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편에서는 공수처가 직접 윤 후보를 불러 조사하기 앞서 사전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차원에서 서면조사를 활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6월 윤 후보를 이 사건 피의자로 입건한 뒤 7월에는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9월에는 당시 대검 차장이던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 검찰 간부는 “계속해 주요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공수처 수사 의지가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서면조사로 자료를 확보한 뒤 직접 불러 조사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도 윤 후보에 대한 대면조사 가능성을 열어두며 “(윤 후보 쪽의) 서면 답변을 받아본 뒤 대면조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지난해 5월 불거졌다. 2011년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 때 검찰이 유죄 입증을 위해 뇌물공여자와 함께 수감 중인 재소자에게 허위진술을 하도록 시켰다는 의혹이다. 윤 후보는 이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배당하도록 지시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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