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공동체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자신들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포이동 남부혈액원 옆 보금자리에 모여 장작불을 피워 추위를 달래고 있다.김경호기자jijae@hani.co.kr
“일할 수 있는데 왜 쉼터 내모나”
주차장에 삶터 쫓겨나 구청에선 “법대로 하라”
주차장에 삶터 쫓겨나 구청에선 “법대로 하라”
“법대로 하라고 합디다.” 텐트 안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던 김점례(80) 할머니는 ‘철거’얘기가 나오자 눈물부터 글썽였다. “구청에서는 재판으로 하자고 하니, 우리는 변호사 댈 돈도 없는데….” 김 할머니는 얼른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불어터진 라면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랴도 살아야제.” 서울 강남구 포이동 남부혈액원 옆 공터에는 텐트 5개가 세워져 있다. 20명의 ‘넝마공동체’식구들이 혹독한 겨울을 나는 보금자리다. 넝마공동체는 지난 1986년 윤팔병(66)씨가 넝마주이들과 함께 영동5교 밑에 만든 자활공동체다. 이들은 컨테이너에 살면서 쓰레기를 주워 재활용품을 골라 팔며 살아왔다. 찾아오는 노숙인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만들어 주고 자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왔다. 양재천 영동5교 밑에서 집단생활을 시작했고, 98년 이곳 포이동 공터에 더 큰 보금자리를 만들어 공동체가 두 곳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 포이동 공간에 주차장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이들이 터전에서 밀려났다. 구청 쪽에서는 철거를 통보한 뒤 컨테이너 집들을 모두 강제 철거했다. 갈 곳이 없는 넝마공동체 사람들은 일단 공터 옆 도로에 텐트를 치고 버티고 있다. 건강이 안좋은 노인들은 영동5교에 남아있는 제1공동체로 보내고, 젊은 사람들은 다른 지역 노숙자 쉼터로 거처를 옮기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국가 소유의 땅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이곳은 강남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한 땅이고 넝마공동체를 위한 대책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윤팔병 넝마공동체 대표 “노동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노숙자로 취급하며 쉼터로 내모는 것은 거지근성만 키울 뿐”이라며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꾸려가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지 말라”고 호소했다. 유선희 최은주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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