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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가린 버스 창문 스티커 광고…“풍경 돈 내고 보는 느낌”

등록 2021-11-23 04:59수정 2021-11-23 09:06

3월부터 버스 창문 스티커 광고 도입
“시야 가리고 불편하다” 서울시에 민원 접수도
코로나로 버스 운행 재정난…“적자 개선 위한 노력”
버스 창문에 붙은 스티커 광고. 박강수 기자
버스 창문에 붙은 스티커 광고. 박강수 기자

지난 19일 저녁, 잠실대교를 달리는 303번 버스에는 가로 20㎝ 세로 10㎝ 크기의 광고 스티커 16장이 창문마다 붙어있었다. 영화배우 김혜수씨가 스티커 속에서 외친다. “뒷자리 앉은 분은 백화점 안 가신대요. 발란에서 구찌 백을 80% 할인 받고 사셨거든요!” 버스 창문 정중앙을 장악한 광고 스티커는 한강 야경을 군데군데 가린다. “구찌 백 80% 할인”이 머리에 맴돈다.

올해 3월부터 서울시 시내버스 창문에 스티커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승객의 눈높이에 붙은 스티커는 바깥 풍경과 하나가 됐다. 광고 홍보 관점에서 “모든 좌석 옆 창문에 한 장씩 부착해 지속적으로 노출하기 때문에 광고 도달률이 높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이를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다. 버스 창밖 서울 풍경에도 광고를 붙인 것 같다는 반응이 일부 이용객들 사이에서 나온다.

직장인 조예슬(28)씨는 “풍경에 광고를 다는 느낌이다”라며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공간은 다 가격표를 달아 조망권이 침해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창밖 구경을 좋아해 지하철보다 버스를 즐겨 탄다는 유수한(28)씨는 “스티커 광고가 창문을 점유한 뒤부터 마음 편히 창밖을 구경하지 못하게 됐다. 한강 노을 같은 풍경 사진 찍을 때도 스티커가 거슬린다”고 했다.

버스 창문에 붙은 광고가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버스 창문에 붙은 광고가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이런 불만들은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서울시가 접수한 버스 창문광고 관련 민원은 19건이다. 주로 “버스 내 부착된 광고 스티커가 시야를 가린다, 합법적인 광고가 맞느냐”, “창밖을 보는 데 불편하니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서울시 버스운영팀은 “광고가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위치를 변경하는 등 불편함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도입 초기 창문 아래쪽에서 승객 눈높이를 공략했던 스티커들은 상당수 창문 윗부분으로 이동했다.

버스 창문에 붙은 스티커 광고. 박강수 기자
버스 창문에 붙은 스티커 광고. 박강수 기자

시내버스가 버스 창문 안까지 광고를 들이게 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재정난 때문이다. 서울시 버스운영팀 관계자는 “코로나로 시내버스 이용량이 현격히 줄어 적자가 매우 심각하다. 운송수지 개선을 위해 여러가지 수익화 사업을 하고 있고 새로 개발한 창문광고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시내버스 누적부채 상황을 보면 2019년 712억원에서 지난해 5608억원으로 약 8배가 뛰었다. 서울시는 올해 시내버스 누적적자가 8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창문광고는 적자가 가파르게 불어나던 지난해 9월, 시범도입 된 뒤 올해 3월부터 서울시 전체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확대됐다. 시내버스 광고사업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버스 요금 수입에 한계가 있고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러가지 작은 노력들이 필요했다”며 “민원이 생기면 조정하는 조건으로 (창문 광고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달까지 창문 광고로 벌어들인 수입을 약 6억원(전체 광고수익의 1.6%로 추정)으로 집계했다.

버스 창문에 붙은 스티커 광고. 박강수 기자
버스 창문에 붙은 스티커 광고. 박강수 기자

글·사진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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