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재판에 넘긴 가운데,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사실상 중간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용두사미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검찰이 지난 20일 동안 김씨 등을 구속 수사하고도 진척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검 도입을 의식해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씨와 남 변호사를 22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혐의로 구속기소하며, 이들의 공소장에 지난 1일 이들의 구속영장 청구 때와 견줘 새로운 사실을 담지 않았다. 배임액수와 관련해서 검찰이 새롭게 확인한 사실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부지 5개 블록에서 직접 시행한 아파트 분양수익 가운데 최소 1176억원을 부당하게 얻었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마저도 수사팀은 공소장에 ‘상당한 시행이익’이라고 적었다.
반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된 이른바 ‘50억원 클럽’이라고 불리는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윗선’ 수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검찰 수사를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지난 4일 김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한 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추가로 의혹을 규명한 부분이 없어, 이들의 구속 기간 동안 뭘 했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장동 수사팀이 특검 도입을 염두에 두고 소극적으로 수사를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검찰은 특검을 통한 재수사 가능성이 커지기 시작하면, 수사를 확대하기 보다 관련 증거물 확보 등 기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정치권 요구에 따라 구성되는 특검인 만큼 민감한 사안에 검찰 스스로 결론을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 초기만 하더라도 적극적인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졌다. 결국 수사를 총괄한 부장검사까지 교체하더니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 가능성이 커지다보니 검찰 스스로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그간 수사를 종합해온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특검이 도입되지 않은 만큼, 검찰로서는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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