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리 판사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가운데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두 번째 사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월 재판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5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4명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나머지 10명의 형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신 판사 등은 2016년 법조 비리 사건인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당시 검찰 수사가 현직 법관 비리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법원행정처 지시를 받고 조직적으로 수사기밀을 파악해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영장에 나온 사건기록을 통해 검찰의 수사상황과 향후 계획을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 당시 신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 판사와 성 판사는 영장전담판사들이었다.
1심은 “영장재판 과정에서 얻은 수사기록상의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는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로 상호 간에 모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영장전담판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구체적 행동 지침이 없고, 법원 내부에서도 이 사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법원 구성원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형사책임을 부담하는지와는 별개 문제”라고 전제했다. 이어 “조 판사와 성 판사는 영장 처리 보고의 일환으로 신 판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공모관계를 전제로 한 공소사실 자체를 무죄로 판단한다. 신 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내용 가운데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것도 일부 포함되지만, 보고 목적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위한 것이었고 내용도 필요한 정보 내에서 한정됐으며 임 차장 역시 해당 목적에 맞게 정보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직무 관련성 혹은 필요성에 따라 직무 집행과 관련 있는 다른 공무원에게 전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연구관에게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박채윤씨 부부의 특허소송 관련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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