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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위헌’에 판사도 경찰도 “황당…현실 외면한 결정”

등록 2021-11-26 16:51수정 2021-11-26 21:26

“법 있어도 상습범 계속 나오는 현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음주단속을 하는 일선 경찰들은 “법이 있어도 음주운전 상습범들이 계속 나오는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6일 음주운전 사건을 다루는 경찰들에게 전날 나온 헌재 위헌 결정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윤창호법이 만들어진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무시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ㄱ경찰관은 “윤창호법 이전에는 음주운전 양형기준이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걸 이 법으로 상향시켜 놓은 것이다”고 말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ㄴ경찰관은 “(윤창호법 이전에)시민들은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하는데 법이 그걸 못 따라갔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고상교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헌법재판소의 단순위헌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헌재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해당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근거를 요약하면, 과거 음주운전과 현재 발생한 음주운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음주 운전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되어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헌재가 예로 든 ‘시간적 제한’은 10년이었다. “예컨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음주운전)를 근거로 재범”으로 분류해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도 상습 음주운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헌재가 외면했다는 반론이 나온다. ㄱ경찰관은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은 안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생긴 것 맞다. 그러나 이 법도 상습범들을 막지는 못한다. 수사하다 보면 상습 음주운전자들은 법 자체를 우습게 안다. 이들 대부분이 ‘대리운전 기사가 안 와서 그랬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 판단은 음주운전 피해자들, 유가족들에게 분노와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의 생명을 뺏을 가능성이 있는 음주운전을 두 번 한 행위에 대해 하한선을 징역 2년, 벌금 1천만원으로 둔 것은 과하지 않고, 재판부가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 등을 선고할 수도 있다. 음주운전은 과실이 아닌 고의범죄로 안할 수 있는 행동이다. (전범과 후범의) 기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판단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상교 부장판사도 법원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10년 정도 음주운전으로 안 걸렸으면, 사고만 내지 않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헌재는 징역 2년, 벌금 1천만원 이상이라는 하한선이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판사가 얼마든지 죄질을 고려해 양형을 정한다. 법원의 판단영역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도 “법원도 검찰도 실무관행상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이전 범죄를 가지고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윤창호 친구들이 2018년 10월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윤창호법 발의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호씨의 친구들도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김경호 jijae@hani.co.kr
하태경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윤창호 친구들이 2018년 10월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윤창호법 발의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호씨의 친구들도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김경호 jijae@hani.co.kr

헌재 다수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헌재재판관은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40%가량은 음주운전 단속 경력이 있는 재범에 의한 교통사고로 분류된다”고 지적했다. 두 재판관은 “10년 전의 음주운전행위라도 만취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유발한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불량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전력을 가진 운전자를 초범 음주운전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재량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창호법은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가리킨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기존 1년 이상의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최저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으로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두 차례 이상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승준 박지영 신민정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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