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의 ‘워스트(worst) 후보, 베스트(best) 정책’ 최종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35명의 집중낙선운동 대상자들을 심판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들 선거사무소 앞에서 낙선운동 기자회견을 연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관계자들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총선넷은 전국 1천여개 시민사회단체들가 모여 만든 연대기구였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진걸 소장 등 22명은 2016년 4월 총선넷이 선정한 35명 낙선 후보 명단 가운데 집중심판 대상자 10명을 뽑기 위해 온라인 투표를 벌인 뒤 이를 발표했다. 이후 선정된 김진태, 나경원, 오세훈 등 당시 새누리당 후보 10명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후보자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찰은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집회나 모임을 개최해선 안 된다’ 등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안 소장 등은 재판 과정에서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는 허용된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이 아닌 단순 의견개진 차원의 기자회견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기자들을 상대로 선거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 및 차량들에게 후보자 낙선대상 선정사실 및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개최된 ‘집회’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안 소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총선넷 관계자 21명에게는 벌금 50~2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2심은 안 소장 벌금을 200만원으로 감형하며 “적극적으로 법령을 위반할 마음을 먹고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관계자에 대한 벌금도 감형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집회, 기자회견과 집회의 구분 등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합헌적 법률해석 원칙을 위반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안진걸 소장은 “유권자들은 선거 기간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지 의문이다. 대법원까지 선거기간 동안에 일어난 정당한 유권자 행동을 지나치게 제한한 판결을 인정한 점이 실망스럽다. 유권자 행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선거법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행 선거법이 선거 때 정치적 표현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며 2018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및 ‘2016 총선넷’ 사건으로 기소된 활동가 및 대표자 일동은 입장문을 내 “사법부는 주권자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선거 참여 보장이라는 선거법 취지에 맞게 검찰의 부당한 기소를 기각하고 유권자 권리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사법부는 검찰 논리를 대부분 인용해 유죄를 선고했다”며 “국회는 하루 빨리 유권자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선거법 독소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