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여성을 강제로 차에 태워 추행한 50대 남성을 불기소한 검찰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헌재는 검찰과 달리 이 남성의 감금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ㄱ씨(29·여성)가 청구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ㄱ씨는 2020년 9월21일 저녁 대구 동성로 부근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그 뒤 택시를 타고 달서구 한 거리에서 다음날 새벽 4시16분께 내린 ㄱ씨는 남자친구 집에 가려다 힘들어 한 식당 앞에 쭈그려 앉았다. 순간 술기운이 오른 ㄱ씨는 정신을 잃었다. ㄱ씨가 정신을 잃기 전 만취해 걸어가는 모습을 본 ㄴ(59·남성)씨는 새벽 4시36분께 차를 세웠다. ㄱ씨가 쭈그려 앉자 ㄴ씨는 차에서 내려 ㄱ씨를 부축해 조수석에 태우고 1.1㎞가량 운전했다. 정신이 돌아온 ㄱ씨가 차에서 내리려 하자 ㄴ씨는 ㄱ씨 상체를 눌러 앉혔다. 차량을 세운 뒤 ㄱ씨 얼굴을 잡고 강제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ㄴ씨가 ㄱ씨를 차에 태울 당시 모습을 본 한 남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새벽 4시50분께 ㄴ씨 차 앞에 도착했다. ㄱ씨는 울면서 조수석에서 뛰쳐나와 “도와주세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리쳤고 ㄴ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 10월 감금 혐의를 받는 ㄴ씨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ㄴ씨가 ㄱ씨를 차량에 태울 때 물리적 강제력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ㄱ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1월 불기소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 재판관들은 검찰이 감금죄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피청구인(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은 ㄴ씨가 ㄱ씨를 차에 태울 때 물리적 강제력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감금죄 성립을 부정했으나, 이는 사람의 행동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 법리를 오해한 데서 기인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ㄴ씨는 ㄱ씨가 차량을 빠져나가지 못할 의도로 상체를 눌러 앉히는 행위를 했으므로 감금 고의가 인정된다”며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ㄱ씨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했다”고 불기소 처분 취소 이유를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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