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남편을 숨지게 한 아내가 징역 2년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아내가 남편을 10년 동안 꾸준히 병간호해온 점 등을 근거로 법정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ㄱ씨 남편 ㄴ(2017년 당시 60살)씨는 2007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후유증으로 뇌병변 2급 장애 진단을 받은 ㄴ씨는 2012년부터는 걸어 다니지도 못했고 골다공증으로 휠체어도 타지 못했다. ㄱ씨는 집에서 누워지낼 수밖에 없는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가면서 10년 동안 간병해왔다. 2017년 4월부터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병간호에만 전념했다. 2007년 ㄴ씨가 쓰러진 뒤 해마다 병원비 약 700만원이 들어 ㄱ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왔다.
ㄴ씨는 2017년 1월부터 ㄱ씨에게 매일 새벽 5시부터 3시간 동안 새벽기도를 하자고 강권했다.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리던 ㄱ씨는 ㄴ씨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같은 해 12월18일엔 ㄴ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손으로 목을 치며 손톱으로 ㄴ씨 볼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 다음날 점심 무렵 두 사람은 새벽기도 문제로 또다시 말다툼을 했고, 순간 격분한 ㄱ씨는 남편의 목을 손으로 눌러 숨지게 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검찰은 ㄱ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살인의 고의로 ㄴ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그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질식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사인 불명’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과 ㄱ씨가 곧바로 119에 신고해 사망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그러나 2심은 ㄱ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ㄴ씨가 질병이나 우연한 사고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한 ㄱ씨가 새벽기도 문제 등으로 ㄴ씨와 자주 다퉜고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상황들이 살해 동기로 작용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ㄱ씨가 10년 이상 ㄴ씨를 꾸준히 간병해왔던 점”과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점”, “ㄴ씨 형과 동생이 선처를 원하고 자녀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보다 다소 가벼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살인죄 법정형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이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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