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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흘전 “감금·폭행” 신고했는데…허술한 신변보호제, 참극 못 막았다

등록 2021-12-12 19:17수정 2021-12-13 02:34

보호 대상자인 여성 집 찾아가
가족에 흉기 휘두른 20대 구속
여성 “감금 성폭력” 진술했지만
경찰 “진술 엇갈려” 남성 풀어줘
현행 제도론 ‘접근금지’도 못해
신변보호대상인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아무개씨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변보호대상인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아무개씨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남성이 신변보호 대상자인 여성의 집에 찾아가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신변보호 제도의 허점이 또다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제주도에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여성의 중학생 아들이 40대 남성에게 살해당했고, 지난달에는 서울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2일 서울동부지법은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아무개(2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사유로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여성 ㄱ씨의 집을 찾아가 ㄱ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바로 옮겨졌으나 어머니는 숨졌고, 남동생은 중태에 빠져 치료를 받고 있다. ㄱ씨는 현장에 없어 화를 면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애초에 ㄱ씨의 가족을 노린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앞선 ㄱ씨 가족의 신고에 따른 보복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ㄱ씨 아버지는 ㄱ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딸이 감금돼있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대구에서 ㄱ씨와 이씨를 발견한 경찰은 두 사람을 분리조처 했다. 조사 과정에서 ㄱ씨는 이씨에게 감금돼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ㄱ씨와 이씨의 진술이 상반된다며 임의동행한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귀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와 이씨 주장이 엇갈렸고, 이씨를 긴급체포할 수 있는 요건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ㄱ씨 아버지는 <에스비에스>(SBS)에 “(이씨가) 주먹으로 딸의 얼굴을 20∼30대 때려 고막이 찢어졌다고 한다”며 “경찰이 딸의 몸에 있는 폭행 흔적과 멍 자국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ㄱ씨는 아버지와 서울로 귀가했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ㄱ씨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한 뒤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주거지 순찰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거나 인신구속(유치장·구치소 유치)을 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이씨가 ㄱ씨를 상대로 스토킹을 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고, ㄱ씨가 스마트워치나 전화로 신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의 소극적 대응도 문제지만, 신변보호제도 자체의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변보호제도를 연구해온 김연수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스토킹·가정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할 경우 성폭력처벌법이나 성폭력피해자보호법이 적용되는데 여기에는 접근금지 명령 등 가해자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행 신변보호제도가 밀착 경호를 뜻하지는 않는다. 경찰이 현장 판단을 정교하게 하고, 스토킹과 상관없이 2차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이격할 수 있는 조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신변보호 조처가 늘어나는데 관련 예산이나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0월 기준 신변보호 조처 건수는 1만9206건으로 2016년 4912건에서 2019년 1만3686건, 2020년 1만4773건 등 꾸준히 증가세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는 각 경찰서의 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경찰청은 지난달 신변보호 여성 살해 뒤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스토킹 범죄와 신변보호제도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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