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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생명과학 문항’ 오류 자문, 출제기관 연관 학회에 맡겨 논란

등록 2021-12-13 13:23수정 2021-12-14 02:05

평가원 간부·직원 주요직책 맡은 교육학회들에 자문
평가원 “전문성과 대표성이 인정되는 학회에 의뢰한 것”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출제오류 논란과 관련해 ‘문제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평가원 간부·직원들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교육학회들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13일 평가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이의가 접수되자 한국과학교육학회와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 등 학회 3곳의 자문을 받았다. 이후 평가원의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열고 자문 의견을 종합해 지난달 29일 최종적으로 해당 문항의 정답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평가원은 공식적으로 어떤 학회의 자문을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았는데, 수험생들의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소송이 제기되면서, 어떤 학회의 자문을 받았는지가 확인됐다.

한국과학교육학회와 한국생물교육학회는 각각 “전혀 이상 없으며, 따라서 이 문항의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문 설정에는 학문적 오류가 없다. 기존의 정답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평가원의 간부·직원들이 해당 학회에서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논란을 해소하려면 엄격하게 독립된 학회에 의견을 구했어야 함에도, 평가원 간부가 구성원으로 있는 학회에 의견을 물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동영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올해 초까지 한국과학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김 본부장은 현재 진행중인 재판의 소송수행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또 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 소속 동아무개씨 역시 한국생물교육학회 운영위원과 교육과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반면, 평가원이 자문을 받은 학회 3곳 가운데 전문학회로 유일하게 포함된 한국유전학회는 출제 오류로 정답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기존 정답 유지 처리’와 ‘전원 정답 처리’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려 최종적으론 ‘유보(혹은 의견없음)’로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교육학회는 가장 큰 대표학회고, 보다 전문적인 자문을 위해 생물교육학회를 추가했으며 내용적인 자문도 함께 받기위해 유전학계 대표학회인 유전학회에도 자문을 받았다”며 “자문할 내용과 관련해 전문성과 대표성이 인정되는 학회에 의뢰하고 있으며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을 구성해 자문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아 3개의 보기 중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일부 수험생은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20번 문항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평가원은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지난달 29일 ‘이상 없음’ 결론을 내렸다.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은 수능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 92명이 낸 ‘20번 문항 정답 결정을 본안소송 판결 전까지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해당 사건의 본안소송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17일 오후 1시30분에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17일 1심 판결이 나온 뒤 18일 수시 합격자 발표를 하기엔 일정이 촉박하다는 대학의 의견을 반영해, 2가지 버전의 성적 데이터를 대학에 미리 제공한다고 13일 밝혔다. 교육부는 “평가원에서 기존 정답 유지 때와 전원 정답 인정일 때의 2가지 성적 버전을 오늘 내일 대학에 보낸다”며 “17일 소송 결과가 나오면 대학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상황에 맞게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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