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성추행 고발하자 근무시간 바꿔 해고한 복지법인…법원 “무효”

등록 2021-12-14 11:08수정 2021-12-14 11:30

재판부 “오히려 시설장 추행 고발에 대한 보복조치…밀린 임금 지급하라”
픽사베이
픽사베이

장애인 복지시설장의 성추행을 고발했다가 불이익을 받고 해고된 시각장애인 교사에 대해 법원이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2부(재판장 사경화)는 사회재활교사 ㄱ씨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ㄴ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지난 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ㄱ씨에 대한 ㄴ법인의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ㄱ씨가 복직하는 날까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9년부터 경북 포항에 있는 복지 시설에서 일해온 ㄱ씨는 지난해 3월 시설장 ㄷ씨가 입소 장애인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성추행 신고 뒤 ㄷ씨의 보복이 있을까 두려워진 ㄱ씨는 그해 5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고, 복직을 앞둔 지난 4월 ㄴ법인으로부터 ‘근무시간이 바뀌었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당초 ㄱ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11시~오후 8시였는데, 복직 뒤에는 오후 4시~새벽 1시에 근무하라는 내용이었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ㄱ씨가 자녀 양육과 대중교통 이용의 어려움 등을 들어 근무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ㄴ법인은 요지부동이었다. 부당하다고 느낀 ㄱ씨가 원래 근무시간대로 출근하자, ㄴ법인은 ‘ㄱ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정해진 업무시간에 출근하지 않았다’며 지난 6월 그를 면직 처분했다.

법원은 ㄴ법인의 해고 조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ㄴ법인은 재판 과정에서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의 인적 구성이 달라져 부득이하게 ㄱ씨의 근무시간을 변경한 것이어서 업무지시는 정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설 입소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라 ㄱ씨가 굳이 늦은 밤까지 남아서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ㄱ씨가 이 사건 업무지시에서 정한 근무시간에 반드시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업무지시는 ㄱ씨가 시설장 ㄷ씨를 추행으로 고발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ㄱ씨의 복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ㄴ법인의 업무지시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위법한 업무지시이고, ㄱ씨가 이에 불응했음을 이유로 하는 면직처분은 무효”라며 ㄱ씨가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ㄱ씨의 사연을 듣고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조필재 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ㄴ법인처럼 근로자 4인 이하의 사업장은 사실상 해고사유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업무지시와 이에 따른 해고는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