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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하루에 3천원씩 모아서”…올해도 ‘흰 봉투’ 건넨 신길동 할머니

등록 2021-12-15 05:00수정 2021-12-15 09:22

25년째 연말 주민센터에 100만원 기부
“부모님이 어려운 이들 돕는 거 보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주민센터 직원들 사이에서 ‘신길동 여관 할머니’ 박주희(67)씨는 유명인사다. 20년 넘게 연말이면 할머니가 주민센터를 찾아와 꼬박꼬박 100만원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8월 이종숙 신길1동 주민센터 복지팀장에게 “코로나 여관 운영이 어려워져 올해엔 기부가 힘들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팀장도 이해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주민센터를 찾아온 박씨는 지난해처럼 100만원 수표가 한장 든 흰 봉투를 건넸다. 박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힘닿을 때까진 계속 기부할 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신길동에서 작은 여관을 운영하는 박씨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여관의 주 이용자인 외국인 노동자도 떠나고, ‘달방’을 살던 거주자들도 월세를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올해 수입은 코로나19 이전 수입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코로나19로 지역 소상공인이나 개인 차원의 기부가 주춤한 터라, 신길1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박씨의 방문에 감동했다고 한다. 서울 다른 주민센터 복지팀 관계자는 “코로나 전보다 기부 물품이 10%는 줄어들었다”며 “올해는 기부할 여력이 없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주민센터에 100만원을 기부한 박주희(67)씨가 운영하는 여관. 고병찬 기자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주민센터에 100만원을 기부한 박주희(67)씨가 운영하는 여관. 고병찬 기자

인터뷰를 여러차례 거절하던 박씨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5년째 기부를 이어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보고 자랐다”며 “아버지가 노숙자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솜이불을 덮어주고, 어머니는 밥을 해줬다. 그렇게 도움받은 분들이 나중에 감사하다고 찾아온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매일 3000원씩 저금해 기부금 100만원을 마련하고 있다.

신길1동 주민센터는 박씨를 영등포구청에 모범 구민으로 추천할 예정이다. 이종숙 팀장은 “할머니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기부한 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코로나로 다들 힘들고 집 밖에도 못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년에는 모두가 더 괜찮은 날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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