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가명·17)이가 후원금으로 새 트럼펫을 마련해 연습을 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강원 춘천에서 트럼펫 연주자를 꿈꾸는 민준(가명·17)이는 최근 하루 연습 시간을 2~3시간 더 늘렸다. 새 트럼펫을 장만한 뒤, “악기를 보기만 해도 뿌듯해” 더 연습하고 싶어져서다. 지난달 11일 악기를 사기 위해 춘천에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근처에 있는 금관악기 전문점까지 찾아 직접 불어보기도 하며 새 트럼펫을 골랐다.
“지금껏 중고 악기만 쓰고 새 악기 사는 게 처음이라 사면서도 떨렸어요. 사용감도 없고 ‘뻔질뻔질’한 게 바로 새 마음으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6월 <한겨레> 나눔꽃에 소개된 민준이는 당시 트럼펫 연주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철없는 도전”이라고 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중고 악기로 연습하며 일주일에 한번 레슨받는 게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부터 들어서다. 트럼펫 전문 연주자로부터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앞날을 확신했지만, 어머니한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한겨레> 나눔꽃 보도 뒤 1143만9468원의 정성이 모였고, 월드비전이 지원금을 보태 민준이네 가정은 2천만원을 후원받았다. 지원금 중 약 1030만원은 트럼펫 구입비에 썼다. 민준이 엄마(42)는 “트럼펫을 사러 갔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해 너무 감사하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주1회 받던 레슨도 3회로 늘렸다. 민준이는 “공부도 자주 해야 덜 잊어버리는 것처럼 레슨 횟수가 늘어 계속 연습하니까 기억에도 잘 남고 (연주 때)적용이 잘 된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학교 음악실에서 연습을 하다가도 공용 공간이라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이 들어와 연습이 ‘뚝뚝’ 끊겼던 일도 별도 연습실을 대여할 수 있게 되면서 사라졌다.
민준이는 요즘 내년 1월 관현악대회 참가를 앞두고 더욱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기사가 나간 뒤 댓글을 하나씩 읽었던 민준이는 “얼굴도 모르는 분들인데도 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며 “트럼펫에 대한 꿈을 ‘철없는 도전’이 아닌 ‘성공 가능한 도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