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쪽이 첫 재판에서 “변호인 선임이 늦어져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오늘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혐의에 대한 의견 진술을 다음 재판으로 미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윤종섭)는 16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의 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차관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차관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고, 변호인만 출석했다.
이 전 차관 쪽은 “변호인 선임이 너무 늦게 돼 증거기록을 확보할 수 없어 공소사실 입장을 정확히 정리해 말씀드릴 시간이 부족했다. 오늘은 부득이하게 공소사실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내년 1월27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기로 하고 20여분만에 재판을 끝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해 11월6일 택시기사 ㄱ씨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지난 9월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술에 취해 잠든 이 전 차관을 깨우자, 이 전 차관이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전 차관은 사건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합의금 1천만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이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고도 입건하지 않고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울 서초경찰서 경찰관 ㄴ씨 쪽은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ㄴ씨는 사건 당시 택시기사가 제시한 휴대폰을 통해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증거로 확보하거나 분석하는 등의 조치 없이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 종결하고,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허위 내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