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판교대장초중학교(가운데 태양광패널 설치된 건물들)는 민관도시개발 영향으로 학교용지비 절반을 경기도교육청 교육예산으로 부담했다. 성남/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14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판교대장초중학교는 알록달록한 벽돌 외벽으로 말끔하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갓 지어진 주변 아파트들이 학교를 감싸안듯 둘러싼데다 도로와 완전히 분리된 통학로, 얕은 실개천까지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줬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한 학교로 통합해 규모를 키운 곳이어서, 요즘 신설 학교로는 드물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만한 넓이의 큰 운동장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불과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이 학교는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지구 입주 일정에 맞춰 지난 6월1일 개교했다.
2014년 이후 경기도에 우후죽순 도시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공영개발지에 신설된 초·중·고교가 201곳(예정 포함)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장초중학교는 드물게 수백억원대 학교부지 비용을 경기도교육청이 감당한 곳이다. 현행법이 공영개발 지역에서는 시행사가 학교용지를 100% 무상 제공하도록 하지만, 민관이 공동개발한 대장동에서 민간업체는 학교 지을 땅을 내지 않아도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오히려 공공기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포함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돈을 주고 학교부지 절반을 사들여야 했다. 민관개발로 천문학적 이익을 남긴 민간업체들이 이 지역에 단 하나뿐인 초중등학교를 짓는 과정에서도 교육예산을 갉아먹는 구조가 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8일 <한겨레>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통해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에서 입수한 ‘판교대장초중학교 중앙투자심사위원회 경과 및 결과’ 자료 등을 보면, 이 학교를 짓는 데 들어간 돈은 모두 959억원이다. 우선 학교 건물을 세우거나, 운동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시설비로 355억원이 들었다. 성남의뜰이 259억원 규모의 학교시설 등을 무상 공급 형식으로 제공했고, 다시 기부채납 방식으로 시설비 43억원을 추가 부담했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학교용지법)에 따라, 성남의뜰이 대장동 녹지 예정지 가운데 1%를 추가 개발하는 대가로 학교시설 일부를 무상 공급했다. 대장동의 경우, 전체 개발면적이 92만㎡로 이 가운데 1%만 해도 무려 9200㎡(약 2800평)에 이른다. 적지 않은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일부를 교육시설 짓는 용도로 환수하는 형식이다. 나머지 시설비는 성남시청이 ‘성남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에 따라 50억원을 대고, 학교 설립 주체인 경기도교육청이 3억원을 부담했다.
문제는 604억원이 들어간 학교부지 비용이다. 학교용지법에 따르면 토지개발사업의 주체에 따라 학교용지비 부담의 주체도 달라진다. 공영개발의 경우 공적 주체가 학교용지를 교육청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민영개발의 경우 교육청이 토지감정평가금액에 맞춰서 시행사로부터 사는 구조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등이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민간)이 합작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으로 양쪽 지분이 각각 50.0001%, 49.9999%다. 이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은 성남의뜰로부터 학교용지 절반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지분만큼 무상공급 받고, 나머지 절반은 교육용 예산으로 구입했다. 경기도교육청 2020년 교육예산 가운데 무려 302억원이 학교부지값으로 쓰였다.
이는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 등 민간업체에 천문학적 이익을 남기게 해준 민관개발 방식과 관련이 있다. 현행 학교용지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사 등이 시행사가 되는 공영개발사업을 할 경우, 시행사가 학교용지를 100% 무상으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민관개발 방식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질 경우, 민간업체 쪽에 학교부지비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민관개발의 경우, 민간업체가 토지강제수용과 각종 개발행정 편의 등 혜택을 받는데도, 100% 민영개발 때처럼 학교용지 제공 의무는 전혀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이 애초 계획대로 100% 공영개발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경기도교육청이 이은주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교육청은 전체 학교용지비 604억원 가운데 한푼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공영개발의 경우, 교육청의 시설비 부담(43억원)이 커지지만 학교용지비 부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민관개발로 인해 수백억원대 교육예산이 민간업체로 빠져나간 것은 대장동만이 아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백운호수초등학교에서도 대장동과 판박이 같은 형태로 100억원대 교육예산이 시행사 쪽으로 흘러갔다. 백운호수초는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신설됐다. 의왕시 학의동에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95만㎡ 규모로 조성된 미니신도시급 지역이다. 사업시행자는 지방자치단체인 의왕시와 민간기업 의왕백운프로젝트금융투자다. 이곳 또한 민·관이 절반씩 지분을 나눠 참여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체 259억여원 규모의 학교용지 절반은 의왕시가 무상 공급, 나머지 절반 땅은 경기도교육청이 129억5천만원을 들여 의왕프로젝트금융투자에서 땅을 사들였다. 민관도시개발에서 민간업체는 토지 강제수용과 각종 행정편의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큰 혜택을 보는데다, 필수 핵심 기반시설인 학교 신설 자체로 도시 가치가 크게 오르는 효과가 난다. 민관개발에서 민간업체가 교육예산으로 거꾸로 배를 불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도시개발 이익을 교육에 환원하는 것은 국민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학교 설립할 때) 기업체에서 지분 나누듯 하지 말고 우선적으로 공익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 제정된 학교용지법은 택지 개발사업자가 학교용지의 조성·개발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개발에 따른 일부 이익을 환원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잇단 개발사업으로 학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지방교육재정이 취약하고 땅값 상승으로 학교용지 확보가 어려운 점을 보완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담겼다. 2009년부터는 공영개발에 한해, 시행자가 학교용지를 교육청에 100% 무상 제공하도록 했다. 학교 신설이 어려워 반대로 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학교가 없는 상태에서 주택이 분양되는 문제 등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관개발에서는 여전히 교육청이 민간시행자한테서 감정평가액으로 학교부지를 구입하도록 돼 있다. 민간이 공적 편익을 제공받는 만큼, 도시개발 이익 환수 장치로 작동해야 할 학교용지법에 구멍이 나 있는 셈이다.
불평등끝장넷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2월 ‘대장동 방지 3법’을 완전히 처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앞서 지난 9일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방지 3법’의 하나로 발의한 주택법, 도시개발법 등 2개 법안이 우선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100분의 50을 초과해 출자한 법인이 수용 또는 사용 방식으로 시행하는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개발·조성되는 토지는 공공택지로 분류되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교육계에서도 이참에 이미 민관 도시개발로 이익을 챙긴 민간시행사에 거꾸로 교육예산이 흘러가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경기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관개발 방식이 흔치 않지만, 공영개발의 성격이 들어가는 만큼 100% 공영개발과 마찬가지로 학교용지를 무상 공급하도록 법이 개정되면 그만큼 교육 예산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민관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학교용지로 무상 제공하는 형태로 이익 일부를 환원하도록 관련법을 손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관개발 때도 민간업체가 일정 부분 이상 학교용지를 무상 공급하도록 법을 손질하자는 것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한겨레>에 “판교대장초중학교와 백운호수초 사례에서도 보듯, 공영개발의 성격이 들어간 사업지에서 학교용지가 무상 공급되지 않아 수백억원 규모 교육 예산을 아이들 학습과 복지 비용으로 쓰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민관개발도 공공과 민간기업의 참여 지분율에 관계없이 학교용지가 100% 무상 공급되도록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소윤 홍석재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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