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계속 돼도 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온라인으로 얼굴 보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잖아요. 저는 화상 채팅할 친구가 없었어요. 지난 2년간 혼자 집에 있으면서 너무 외로웠어요.”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김지은(가명·20)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8년 다리를 다치면서 학교를 그만뒀다. 병원 치료 때문에 학교 수업을 자주 빠지게 되면서 ‘차라리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야겠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초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답답한 일들이 많아졌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고립감과 우울감은 코로나19가 지속할 수록 깊어져만 갔다. 김씨는 “길거리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모여 걸어가는 걸 보면 ‘그래도 학교는 다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며 김씨와 같은 처지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면활동이 줄어들며 이들을 지원하는 청소년지원센터 활동도 같이 움츠러들다 보니 이들이 기댈 곳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교육·상담을 지원하는 센터 직원들이 당구장∙피시(PC)방 등 청소년들이 자주 가는 현장을 찾아 기관을 알리고 손을 내밀었지만, 지난 2년 동안 이 활동이 대부분 중단됐다고 한다.
수도권 지역의 한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는 19일 “검정고시 시험장은 물론 코로나19로 청년 축제들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센터 홍보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학교에 다닌 적이 없거나, 센터 존재도 모르는 취약계층 청소년을 지원 기관이 먼저 찾아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사실상 멈춰버린 것이다. 또 다른 지역의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도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센터를 알리는 프로그램들을 에스엔에스(SNS) 홍보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각종 지원 정보에서 소외되거나 범죄 피해 등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도움의 손길을 바로 요청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한 이석현(18)군은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검정고시나 수능 같은 중요한 시험의 알림조차 받을 수 없다. 이번에 백신 접종을 신청했을 때도 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담임 선생님이 계속 백신 접종 일정이나 부작용에 대해서 알려줬다고 해서 ‘확실히 내가 직접 알아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한 후 지금은 여성 청소년 관련 상담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은혜(20)씨는 “최근 학교 밖 여성 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돼 고통받는 사례를 주변 상담사 선생님들을 통해 많이 전해들었다. 학교에는 ‘위클래스’ 같은 상담 센터가 있어서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아예 청소년지원센터의 존재를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보호 장치가 없어 계속 가해 남성에게 피해당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도 지역사회 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해 학교 밖 위기 청소년을 미리 찾아내고 지원하는 대면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정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활동만으로 위기 청소년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SNS∙검정고시 카페 등 다양한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청소년 지원 서비스를 홍보하는 활동을 확대해야 하며,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대면∙비대면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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