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 사건 경찰로 이송

경찰, 지난달 중순 고발인 조사 진행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7천만원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8년 조세회피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달 사건을 경찰로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진승)는 지난달 초 이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 및 조세포탈 혐의 등 고발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했다. 조세포탈 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조세포탈 여부나 구체적인 액수가 드러나지 않아 검찰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년정의당은 지난 10월15일 이 부회장이 국외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돈세탁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연합회(ICIJ)와 ‘판도라 페이퍼스’ 파일을 분석한 결과, 이 부회장이 2008년 스위스 은행인 유비에스(UBS)에 계좌 설립 목적으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판도라 페이퍼스는 이 협회가 세계 조세회피처 14곳의 금융기관 관련 이메일, 계약서 등을 분석한 문건을 의미한다. <뉴스타파>는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 설립을 대행한 업체의 내부 문건에 이 회사 실소유주는 이 부회장이고, 유비에스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 회사가 설립된 점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의 설립일은 2008년 3월에서 5월 사이로 추정되는데, 당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해 진행된 특별검사 수사 시기와 맞물린다.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검은 2008년1월에 출범한 뒤, 그해 4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특검 수사 결과 이건희 전 회장의 비자금과 차명 재산은 4조5천억원가량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부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은 사안을 엄중하게 봐야 하며,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어서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논평을 내기도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이 부회장의 유비에스 계좌로 어느 정도의 금액이 흘러나갔는지 자금 추적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최성용 청년정의당 사무총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강재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