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기기 전문 판매점인 프리스비코리아가 “경사로 등 휠체어 이용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거부했다. 현행법상 사업자에게 주어진 장애인 편의제공 관련 의무가 있는데도, 회사 쪽은 “진정인 외에 휠체어 이용자가 없다”는 등의 편협한 이유를 들며 권고를 거부해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는 22일 “프리스비코리아 대구지점장에게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시설에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권고했으나, 피진정인의 본사가 불수용했다”며 “장애인의 시설 접근성과 관련해 피진정인과 피진정인의 본사 쪽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법에 따라 이를 공표한다”고 밝혔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인 진정인 ㄱ씨는 “지난 1월21일 프리스비코리아 대구지점에 방문했으나 턱이 있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며 프리스비 대구지점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프리스비 대구지점 쪽은 “소규모 업장이라 경사로 설치 의무 대상 건축물이 아니다”라며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업장이 있어 경사로를 설치할 경우 보행자가 걸려 넘어지거나 비 오는 날 휠체어가 경사로에서 미끄러지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 피진정인에게 책임이 발생하므로 설치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대구지점은 “구청이 비용을 지원해준다면 이동식 경사로를 구매하겠다”고 했으나, 구청 담당자가 관리유지 의무를 안내하자 설치를 포기했다.
인권위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라며 프리스비 대구지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경사로를 설치할 경우 보행자에 대한 간섭이 일부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나 그에 비해 보호받는 공익이 월등히 크다”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에게는 장애인에 대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 등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공식 권고가 나오자 이번엔 프리스비코리아 본사 차원에서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본사 쪽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 직원들이 직접 나가서 매장 안으로 이동시키도록 교육하고 있으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방문 사례가 진정인 외에 없었다”며 “인근에 다른 상업시설이 많이 있는데 프리스비코리아 대구지점에만 편의시설 설치를 권고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구청에서 설치비용을 지원해주더라도 안전사고 발생 시 구청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권고를 불수용한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이런 회신은 인권위의 권고 취지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피진정 기관(프리스비)의 편의제공 의무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피진정 기관의 편의와 이해득실에 따라 우리 사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도 “장애인이 오지 않으니 안 만들어도 된다는 것은 선후관계가 잘못됐다”며 “저상버스 도입 전에는 장애인들이 버스를 잘 이용하지 못했듯이,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장애인들이 지레 포기하고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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