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법원의 수석부장판사가 변호사인 동생을 ‘직무대행자’ 명단에 올렸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직무대행자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직무 정지된 기관 이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이로 기업 대표의 직무를 대행하게 되면 임시 대표가 되는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속 법원에서 법원장 후보로 추천됐던 해당 수석부장판사는 이 사실이 문제 되자 법원장 후보에서 물러났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지방법원의 ㅇ수석부장판사는 동생 ㅇ변호사를 직무대행자 명단에 올렸다가 지난 6월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ㅇ수석부장판사가 동생 이름을 언제 처음 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는 대개 가처분 신청 사건을 맡는데,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심리 결과 이사 직무집행을 정지하기로 결정하면 재판부는 이사의 직무대행자를 선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사건 당사자가 추천한 인물을 직무대행자로 선임하지만, 급박하거나 예외적인 경우에는 재판부가 직무대행자 후보에 오른 이들 가운데 직무대행자를 선임한다고 한다. ㅇ수석부장판사는 재임 중 직무대행자 후보 명단에 동생 이름을 넣었다가 지난 6월 동생 이름을 뺐다. ㅇ변호사는 명단에 있는 동안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ㅇ수석부장판사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비록 ㅇ변호사가 직무대행자가 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수석부장판사가 동생을 직무대행자 명단에 넣은 것은 특혜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을 명단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 고위 법관도 “재판부는 평판이나 실력, 공정한 업무수행 능력 등을 고려해 직무대행자 명단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당사자의 능력이나 경험과 무관하게 동생이란 이유로 이름을 넣은 거라면 문제”라고 했다.
ㅇ수석부장판사는 소속된 법원의 내년도 법원장 후보로 추천됐지만, 그는 지난 21일 후보 추천 동의를 철회한다는 의사를 법원행정처에 알렸다고 한다. 이 법원에서 시행 중인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원장 후보에 오르는 데 동의한 판사 중에서 일선 판사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자 중 한 명을 법원장에 임명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ㅇ수석부장판사가) 후보 동의를 철회해 최종적으로 법원장 후보로 추천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신민정 최민영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