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할아버지, 법적 아빠 될 수 있다…대법 “조부모 손주 입양가능”

등록 2021-12-23 15:06수정 2021-12-24 02:33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입양이 아이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면 조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키운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ㄱ씨 등이 ‘입양 허가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항고 사건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23일 밝혔다. 대법관 13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10대 3의 다수의견으로 이렇게 판단했다.

조부모 ㄱ씨 등은 딸이 고등학생 때 출산한 손자 ㄴ군을 맡아 기르고 있다. 딸은 아이를 출산한 뒤 남편과 이혼했고, ㄴ군이 7개월이 됐을 무렵 ‘못 키우겠다’며 ㄱ씨 부부에게 아이를 맡겼다. ㄴ군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금껏 조부모를 엄마와 아빠로 알고 부르고 있다. ㄱ씨 등은 ㄴ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 수 있고, 부모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면 불이익이 클 것을 걱정해 일반 입양을 청구했다. ㄴ군 친부모는 ㄱ씨 등과 교류가 없고 입양에 동의한 상태다. ㄱ씨 등은 2018년 ㄴ군을 입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1·2심은 ㄱ씨 청구를 기각했다. 원심은 “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어머니는 누나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하고 현재 상태에서 또는 후견을 통해 양육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법 867조는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양육상황과 입양 동기 등을 고려해 입양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관 가운데 10명은 조부모가 손자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 복리에 부합하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민법 867조 등을 들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 입양을 허가할지 판단할 때 ‘입양될 자녀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조손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 뒤에도 양부모가 자녀 친생부모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법원은 이런 사정을 자녀 복리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체적인 심리 없이 전통적 가족공동체 질서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막연히 추단해 입양을 불허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재연·민유숙·이동원 대법관 등 3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자녀 복리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다수의견엔 동의한다면서도 “조부모가 입양 사실을 숨기는 상황에선 자연스러운 양친자 관계가 형성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향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는 경우 조부모 입양에 대한 허가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1년 외손녀에 대한 친양자 입양을 불허한 바 있다. 친생부모와 친족관계를 끊고 아이를 법적으로 양부모 출생자로 만드는 친양자제도가 2008년 시행된 뒤 나온 첫 대법원 판결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친양자 입양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 입양되는 자녀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친양자 입양 동기와 현실적 필요성, 가족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도 신중히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뒤 법원은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에 관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통계청의 ‘가구주의 성, 연령 및 세대구성별 가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조부모와 미혼 손자녀로 구성되거나, 조부 또는 조모와 미혼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 가정은 전국에 11만7705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11만3111가구이던 조손 가정은 2016년 10만9241가구로 소폭 감소한 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