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각하했다.
헌재는 유 전 연구관이 옛 형사소송법 312조 1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고 23일 밝혔다. 헌재는 “청구인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됐고 검사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돼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며 “이 사건에 대한 위헌결정이 재판 결론이나 주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연구관은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가운데 무죄가 확정된 첫 사례였다.
유 전 연구관은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박채윤씨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경과와 처리계획 등 관련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통령 관심 사건을 챙겨봐달라’는 청와대 요청을 전달하자, 유 전 연구관이 후배 재판연구관을 시켜 사건 내용 및 처리계획 등을 적은 요약문건을 만들게 하고 이를 임 전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건넸다는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유 전 연구관은 검찰 수사를 두고 “총체적인 위법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형사소송법 200조와 형사소송법 312조 1항과 2항이 헌법에 위반됐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형소법 제200조는 횟수와 시간,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제한 없이 막연히 수사기관이 피의자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만 규정해, 검사가 무제한으로 피의자를 공개 소환해 장시간 추궁함으로써 사실상 자백을 강요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형소법 312조 1항과 2항은 그에 따라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를 합리적 근거 없이 공판정에서 피고인 법정진술에도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2019년 6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된 뒤 유 전 연구관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검찰 피신조서는 오는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이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적용되는 이 법 조항은 1월1일 이후 공소제기한 사건부터 적용된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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