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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돈을 내고 운동할 ‘의지’를 샀다

등록 2021-12-24 19:04수정 2021-12-24 19:08

[한겨레S] 이런 홀로
피트니스센터에 달려간 이유

아플 때 혼자인 게 힘든 이유는
귀찮은 일 대신할 이가 없기 때문
그렇다면 스스로 건강해지는 게 답
핑계 대신 시작한 운동 이젠 활력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회원님~, 목표로 하시는 게 뭘까요?”

“살도 빼고 싶고요, 5㎏ 이상요. 그런데 살도 살이지만 건강해지고 싶어요….”

몇달 전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 절박한 심정으로 갔을 때 일이다. 어디를 가든 운동의 시작은 ‘인바디’를 재는 것이다.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바디를 잰 결과는 끔찍했다. 몸무게는 둘째 치고,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5㎏ 정도 쪘다. 날이 갈수록 바지 허리춤이 갑갑하다 느꼈는데 역시 숫자가 증명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만 해서 살이 쪘다고 핑계 대기도 어려워졌다. 밖에 나가지 못해 운동량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구차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냥 많이 먹고, 많이 마셨고, 움직이지 않았고, 이제는 소화 능력이 달리는 나이가 됐기 때문에 살이 빠지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아파도 될까’ 시간 보내고 나니

누가 보더라도 ‘너는 살을 빼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다’라고 할 상태였지만 헬스트레이너의 냉정한 눈빛 앞에서 건강해지고 싶다고 강조한 이유는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몸 상태가 왔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은 술자리 다음날 숙취로 찌든 몸이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깨닫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점심에 뜨끈한 국물로 해장하면 술이 깨는 건 20대 후반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오후 5시는 되어야 술이 깨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신 차려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옷을 입고 옷매무새가 나고 싶어서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체력이 달리는데다 퇴근 뒤 집에 가면 온몸이 비명을 지르자 건강함이 절실해졌다.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번다지만, 이것도 결국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30대에 들어서는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말이 정확했다. 아니, 경험상 그냥 20대부터 적금 들듯 운동을 꾸준히 했으면 좋았겠구나 후회됐다. 운동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 도구였다.

이렇게 건강함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달았을 때는 무엇보다도 아팠을 때였다. 혼자 살 때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1인가구 100명이면 100명이 바로 ‘아플 때’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사는 삶 짜릿해! 너무 즐거워’를 외친 나도 ‘아,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싶었던 순간이 최근 제대로 아팠을 때였다. 환절기를 직통으로 맞아서인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목이 붓고 콧물이 흐르는 게, 이것은 감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감기약과 가습기, 목구멍 열 내리는 데 좋은 아이스크림을 사는 등 만반의 대비를 했다. 하지만 대비가 완벽해도 감기의 역습에 완벽히 대항하기는 어려웠다. 며칠을 혼자 끙끙 앓았다. 이렇게 아파도 될까 싶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아플 때 왜 혼자인 게 힘들까 생각해보면, ‘쓸쓸하고 외롭다’보다는 ‘귀찮음’이 크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감기에 걸리면 엄마가 약을 사다 주고 사과를 갈아주고 이마에 올린 수건을 갈아줬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다르다. 몸이 아파도 내가 알아서 밥을 챙겨 먹어야 하고 옷을 빨아 입어야 하고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몸이 힘들어서 이를 내팽개치더라도, 나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아플 때 가장 화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결론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 귀찮음을 극복하고 나눠줄 수 있는 누군가(결혼)를 필요로 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강해질 것인지.

아령 2㎏, 스쾃 100개…혼자서도 파이팅

후자를 택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부자 되세요’보다 ‘건강하세요’에 왜 더 신경이 쓰이는지 알게 되어서인지, 역시 남는 건 내 스스로가 건강해지고 강해지는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누군가가 나를 보살펴준다고 해도 결국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운동이 귀찮다는 것을 넘어서 일이 바쁘다, 또 사람들하고 어울려 술을 마셔야 한다 등등 외적인 것에만 신경 쓰느라 나를 방치해왔다. 버티던 몸은 결국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고 그때서야 난 나 자신부터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코로나19로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과 일이 바빠 시간이 없다는 것 등등을 이유로 등한시했던 운동을 이제 피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결국 그런 의식의 흐름으로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간 것이다.

돈을 내고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샀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활력소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1㎏의 아령을 드는 것도 쩔쩔맸다면, 이제는 2㎏의 아령으로 무게를 올려 팔운동을 하며 조금씩 힘이 세지고 있다고 뿌듯해하고 있다. 40개만 해도 헉헉거렸던 스쾃은 이제 100개는 가뿐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목표인 건강해지기는, 솔직히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근력 운동을 할 때 무게와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나는 이전보다 나아진 게 아닐까 싶어 혼자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 재미에, 가끔 귀찮고 추워서 집에서 비비적거리고 싶을 때도 참고 갔다 온다. 그러면 그렇게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수 없다.

다만 건강함과 별개로 또 다른 목표였던 살 빼기는 사실 좀 어렵다. 아니 이건 내 능력 밖, 신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헬스트레이너의 말로는 먹을 걸 줄이지 않고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질 수 없다고 하는데…. 뭐 어떤가 싶다. 건강하게 토실토실해지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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