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반페미니즘 단체인 ‘신남성연대’가 “남성혐오를 중단하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2030 여성 유권자 모임인 ‘샤우트아웃’ 회원들이 ‘여성 혐오 대선 규탄’ 시위를 열자 맞불집회를 열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다시 ‘이대남’(20대 남성)이다.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달라”(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페미니즘이란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강연) 같은 말이 거대 정당 대선 후보들의 공식 발언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다른 연령대에 견줘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20대, 그중에서도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 구애인데, 요즘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그만큼 예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2018년 하반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를 급격히 철회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각인시킨 20대 남성은,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존재로 떠올랐다. 핵심 고리는 반페미니즘이다. “남성혐오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설 정도로(12월12일 신남성연대 서울 여의도 집회) 격렬해진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대체 어디서 비롯되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늠해보고자, 20대 9명을 인터뷰했다. 남성 8명, 여성 1명이며, 페미니즘 반대가 5명, 찬성이 2명이었고, 조건부(급진주의 페미니즘) 반대와 중립이 각 1명이었다.
각종 조사·연구 결과를 보면, 사실 지금의 20대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성평등 의식이 높다.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에서 ‘가사를 부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전체 응답자의 62.5%였는데, 이 가운데 20대만 추려보면 84.8%가 이에 동의했다. 전체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을 뿐만 아니라 30대(73.4%)보다도 ‘성평등한 가사 분담’에 동의하는 이가 훨씬 많았다.
성평등 의식 높지만 “페미니즘은 남성 차별도구” 인식 강해
세대에 성별이라는 변수를 추가해도 마찬가지다. 최종숙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020년 3월 발표한 논문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 20대와 3040세대의 이념성향과 젠더의식’을 보면,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은 대체로 20대 여성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가령 ‘남성의 육아를 수용한다’ 의견이 20대 남성은 3.97(5점 만점)로, 20대 여성(4.17)보단 낮았지만 30대 여성(3.80)보다 오히려 높았다. ‘여성 직장상사 수용’, ‘여성의 주도’와 같은 항목에서도 20대 남성은 20대 여성보단 점수가 낮았지만, 30대 여성보단 높거나 비슷한 수용도를 보였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앞에선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대학생 ㅈ(25)씨는 “한국의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로, 극으로 치달아 있다. 여성의 인권은 증진돼야 하지만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잘못된 게, 남성과 여성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남자는 안 된다, 여자만 할 수 있다는 얘기만 한다”며 “남성을 차별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ㅎ(25)씨도 “20대 남성들 사이에선 반페미니즘이 디폴트값이어서, 나처럼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 자체가 좀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기존 연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8년 공개한 <성 불평등과 남성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남성의 반페미니즘 의식(5점 만점)은 20대 3.78, 30대 3.61, 40대 3.24, 50대 3.06으로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가장 강하게 반대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새로운 세대의 의식과 태도: 2030세대 젠더 및 사회의식 조사 결과’(2019년)에선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라고 여기는 남성이 19~24살 80.7%, 25~29살 75.4%로 다른 세대 남성보다 더 많았던 반면, ‘정당한 요구’라는 남성은 19~24살 24.1%, 25~29살 32.8%로 20대가 가장 적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페미니즘 지지 의견이 강한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그와 반대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마경희 연구위원은 ‘20대 현상: 탈가부장 사회를 위한 도전과 갈등’(2019년)에서 미투 운동(88.6%)이나 강남역 추모 시위(85.9%) 같은 개별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한다는 20대 여성은 많지만, 페미니즘 자체를 지지한다는 응답(38.6%)은 뚝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또 페미니즘 운동 가운데서도 탈코르셋 운동(여성에게 강요되는 과도한 외모 기준이나 억압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이나 미러링 활동(여성이 겪는 차별과 혐오 등을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에게 되돌려줘 문제를 깨닫게 하려는 움직임)의 20대 여성 지지는 각각 68.9%와 47.6%로 비교적 높지 않다는 점도 밝혀냈다. 실제 25살 여성 직장인 ㅇ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너 페미야?’라는 말은 ‘너 일베야?’라는 말과 똑같이 굴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여자가 항상 우선시돼야 한다면서 방구석에 혼자 앉아서 남자들 얘기에 열폭(열등감 폭발)하는 애들, 여자 키보드 워리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세대 남성보다 20대 남성의 성인지 감수성이 더 높은데도 페미니즘 반대는 심하고, 청년 여성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는 경향을 입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기성세대가 이해하는 페미니즘과 다른, 이 단어가 나오면 격분하는 20대의 ‘그 페미니즘’이 뭔지를 찾아내는 게 갈등 해소의 열쇠”라고 말했다.
페미니즘에 ‘조건부 반대’한다는 대학생 박주혁(25)씨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 열쇠를 찾을 단초일지도 모른다. “군대 갈 무렵, 주변에서 여자든 남자든 다들 ‘가서 남자 돼서 와라’고 하더라. 격려 차원에서 한 얘기겠지만 속이 상했다. 도대체 남자답다는 게 뭔데 그렇게 돼서 돌아오라는 거지? 그래서 남성성, 남자다움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을 억압하지 말자는 게 페미니즘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공부하고 동의한 페미니즘은 그런 거였는데,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계기로 어느 순간 페미니즘이 편 가르기, 혐오 대 혐오의 전쟁으로 느껴졌다. 그런 급진주의 페미니즘도 페미니즘의 한 종류인데, 이건 페미니즘이고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내가 페미니즘에 조건부로 반대하게 된 건 그 때문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센’ 인상으로 제대로 알기 전 거부감부터
대학생 ㅅ(26)씨도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메갈리아 같은 사이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며 “그들의 주장엔 확대해석과 피해의식이 많다. 남자든 여자든 불평등한 부분이 있고 그런 건 서로 타협해 나가야 하는데, 페미니스트들은 일단 선을 그어놓고 ‘그런 발언은 하면 안 돼!’라고 나오니까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인터뷰에 응한 이들 대부분은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계기로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들면서, “페미니즘은 극단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반응은, 이들이 10대였던 2010년대 초반 ‘일베’가 등장하면서 여성혐오가 번져나갔고, 그 반발로 2015년 무렵부터 ‘페미니즘 리부트’로 불리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움직임이 봇물 터지듯 확산된 역사와 맞닿아 있다. 그중에서도 공격적인 미러링 전략을 중심에 둔 사이트 메갈리아와 워마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이어진 여성들의 조직적인 움직임, 미투 운동의 확산 등은 지금의 20대들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일련의 사건들이다. ‘센’ 인상을 남긴 이 경험은, 특히 20대 남성에게 “내가 왜 잠재적 가해자냐”는 ‘억울함’을 불러일으키는 기제가 된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대학생 김흥준(21)씨는 “주변 20대 남성들을 보면, 제일 반감을 느끼는 말이 ‘잠재적 가해자’”라며 “젠더적으로 내가 여성을 억압하거나 차별한 게 뭐가 있냐,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을 악마화한다며 억울해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또래 여성들이 차별받거나 억압당하는 걸 크게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사실 문제는 뭐가 차별이나 억압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가령 단톡방에서 남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고 대상화하는데,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혐오가 편견, 대상화, 억압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인데, 직접적인 ‘혐오 발언’만 하지 않으면 자신은 누구를 혐오한 적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고 한다.”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는 또 다른 주요한 이유는 “차별은 또래 여성이 아니라 우리가 당했다”는 생각이다. ㅈ씨는 “우리 세대는 집에선 여자든 남자든 동등하게 사랑 많이 받고 자랐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보니 남자가 더 살기 힘든 것 같다”며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 게 제일 문제다. 한창 배우고 성장할 시기의 군대 2년은 너무 심하다”고 했다. ㅅ씨는 “20대 남성은 사회에서 책임은 많이 지우지만, 가장 차별받고 하대받는 ‘최하층 시민’”이라고 했다. “우리 어머니 세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거의 대부분의 내 또래 남성들이 알고 있고,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이 겪는다는 차별은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선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식으로 남성성을 강요받은 건 우리다. 어렸을 때 할머니나 고모들이 ‘고추 한번 보자’고 하는 것도 페미니스트식으로 보면 성추행이지만, 의도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남자들은 그냥 다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직장인 ㄷ(25)씨는 “페미니즘을 주장하면서 지나가다 남자가 쳐다보면 ‘훑어본다’고 오해하고, 힘쓸 일이 생길 땐 남자를 부른다. 이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앞서 언급한 김경희 교수와 마경희 연구위원의 2019년 조사에서 ‘여성차별이 심각하다’는 의견은 19~24살 여성이 90.8%, 25~29살 여성이 86.2%인 반면, 19~24살 남성은 33.8%, 24~29살 남성은 47%에 불과했다. 반면 ‘남성차별이 심각하다’는 19~24살 남성은 67.6%, 25~29살 남성은 65.3%였다. 같은 생각을 하는 19~24살 여성은 38.2%, 25~29살 여성은 60%였다.
나는 차별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인정받지 못하고 혜택은 20대 여성이 누리는 것 같으니 화가 난다. 논리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이 반페미니즘의 중요한 또 한 축이라는 얘기다. 군 가산점제 폐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ㅎ씨는 “남성들이 군 가산점제 폐지를 문제 삼는 건 가산점을 얻지 못하면 취직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군 가산점제가 사라진 걸 자신의 군 경험을 부정당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ㅅ씨도 “군 가산점을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군인에 대한 대우, 국방의 의무를 다한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남성의 추락한 권위랄까, 자존감이랄까,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2030 여성 유권자 모임 ‘샤우트아웃’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여성 혐오 대선’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 뒤쪽으로는 반페미니즘 단체인 ‘신남성연대’의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반페미니즘을 설명하는 데 있어, 현재 한국의 20대한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공정성’이 빠질 수 없다. 대학생 김도환(26)씨는 “예전과 다르게 동등하게 교육을 받고, 오히려 여성이 더 뛰어난 학업 능력을 갖춘 세대에게 여성 할당제가 꼭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학원생 ㅂ(27)씨는 “군 가산점제가 폐지됐는데도 할당제는 남아 있어, 남자들끼리의 경쟁만 더 심해지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다.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라고 말했다.
중상층 남성 반페미니즘 성향 강해 ‘상층부 논쟁’ 가능성
흥미로운 점은, 반페미니즘과 공정성을 연결 짓는 게 중산층 이상 상층부의 논리일 수 있다는 점이다. ㅂ씨는 “여성할당제가 논란이 되는 건 대체로 남녀가 시험으로 경쟁하는 직업인데, 이런 일은 대체로 고학력이나 고스펙을 요구한다. 제조업이나 단순 노무직을 두고 할당제를 얘기 안 하지 않냐”고 했다. 김흥준씨는 “소위 명문대에 들어온 친구들은 자기가 학창 시절에 남들보다 힘들게 노력해서 취업이라는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페미니즘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울인 노력의 보상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스타트업 ‘얼룩소’와 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18~34살 청년 1003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엔 이와 관련지어 해석해볼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 객관적인 성장 환경에 따라 속한 계층을 상·중·하 3개로 나눠 보면, 여성은 상 그룹의 54.5%, 중 그룹의 55.3%, 하 그룹의 46.3%가 친페미니즘으로 분석됐다. 남성은 이와 정반대로, 상 그룹의 64.7%, 중 그룹의 64.1%, 하 그룹의 46.7%가 반페미니즘으로 분석됐다. 쉽게 말해, 같은 중산층 이상이어도 여성은 페미니즘 성향이, 남성은 반페미니즘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얘기다.
신진욱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소외계층이 박탈감 때문에 약자 혐오가 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산이 많을수록 더 심하다. 중상층 청년 남성의 반페미니즘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은 이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반박할 증거와 논리를 제시한다며 프레임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과 달리 중상층 청년 여성의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건, 이념을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활동이 물질적 이해관계 충족과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너무 꼬여 있을 땐 처음으로 돌아가보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페미니즘 갈등’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직장인 ㅇ씨는 “페미니즘이 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인터넷에 ‘왜 이렇게 사냐’고 비난하는 ‘짤’(사진)에 페미라고 적혀 있으니,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즘만을 페미니즘의 전부로 여기거나 차별이 자기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 역시 페미니즘을 몰라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홍찬숙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강사는 최근 발표한 ‘청년의 무엇이 성평등 프레임에서 젠더 갈등과 공정성 프레임으로 변화한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청년 남성들의 감수성을 표현할 언어적 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시 담론을 지배하는 기성세대, 페미니즘이라는 도구를 획득한 20대 여성과 달리, 20대 남성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언어를 찾지 못했고 그 억울함이 반페미니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10일 ‘안티페미협회’ 회원들이 여성할당제 폐지, 여성가족부 해체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청년용접공 천현우 작가는 “지금 20대에게 페미니즘은 트위터 등에서 나오는 일부 메시지를 조리돌림 하면서 생긴 가상의 공포다. 이걸 공론장을 계속 열어 서로 알려주고, 남성과 여성이 쓰는 언어에 차이가 있다는 걸 하나씩 밝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영 없는 건 아니다. <성 불평등과 남성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를 보면, 20대 남성은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성향(50.5%)이 가장 높지만 반성차별주의 성향도 25.7%다. 이에 마경희 연구위원은 “이미 변화하고 있는 20대와 비전통적 남성이 자신의 갈등적 경험을 반성차별주의 언어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20대 남성이 자신의 사회적 불안을 페미니즘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직접 의견을 개진하고 의제를 만들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이는 조귀동 작가가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언급한 “중상위층 20대는 동일 계층 여성과 명문대 진학과 번듯한 일자리 취업을 놓고 예전보다 격렬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분노한다면, 사회경제적 약자로 살아가는 20대는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약자’라는 현실을 절감하게 되면서 분노”한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20대 남성 집단이 주도하는 젠더 갈등이 결국 20대 남성 각각이 속한 계층에 따라 다른 동기에 의해서 발생하며, 또 그것이 계층에 따른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와 혼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대 남성 당사자가 직접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하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ㅎ씨는 그중에서도 “20대 남성이면서도 페미니스트인 사람을 집단화해 마이크를 많이 쥐여줘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에서 20대 남성을 뭉뚱그려 반페미니즘을 더 조장하는 것을 막고, 다양한 의견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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