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하급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단체의 대표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이 대표가 소지한 책자 가운데 일부는 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ㄱ씨는 2008년 부산 지역 통일운동단체 ‘통일시대 젊은 벗’에 가입해 교육국장을 거쳐 2010년 3월 대표로 선출됐다. ‘통일시대 젊은 벗’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만들어진 단체다. 검찰은 ‘통일시대 젊은 벗’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등 반미투쟁, 각 계층의 연대연합 강화 등 북한의 대남혁명이론을 추종한다며 이적단체라고 판단했다. ㄱ씨는 2010년~2012년 ‘조국통일을 위해 미국과 대결에서 승리한다’는 내용의 이적표현물 등을 배포하고, 북한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의 ‘행복한 통일 이야기’ 책 등을 소지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출판된 ‘행복한 통일 이야기’는 시중에서 구매가 가능한 책이다.
대법원은 ㄱ씨의 혐의 가운데 ‘행복한 통일 이야기’라는 책을 소지한 부분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ㄱ씨의 이적단체 구성 및 찬양·고무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 ‘행복한 통일 이야기’ 책은 반국가단체인 북한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것과 같이 평가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북한 활동에 호응·가세하는 정도라고 볼 수 없으며 이적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자에 관한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을 파기해야 하는데, 원심이 이 부분과 나머지 혐의를 모두 묶어 하나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원심을 전부 파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1,2심은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단체는 반국가단체 북한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또는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삼았고 실제 활동 또한 국가 존립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이적단체에 해당된다”며 “ㄱ씨가 반국가단체 선전 등을 하며 활동한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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