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지난해 9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영장 사본 등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가운데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세 번째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서울서부지법 집행관사무소 직원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당시 기획법관이던 나아무개 판사를 시켜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법원장은 법원 사무국 직원에게 영장 청구서 사본 등을 입수하고 확인해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이 전 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 전 법원장이 직원들에게 영장 청구서 사본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은 정당한 업무 수행에 관한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나 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보고서를 전달하는 과정에 이 전 법원장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다.
2심은 1심과 달리 이 전 법원장이 나 판사 등과 공모해 수사기밀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법행정 사무를 보좌하는 나 판사의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비밀을 이를 취득할 지위나 자격이 있는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행위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연구관에게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11월에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확정했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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