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서 업무 내용을 두고 공사팀장과 다툰 직후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안전유도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노동자 ㄱ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2월 한 공사현장에서 안전유도원으로 근무하던 ㄱ씨는 근무 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몇 시간 만에 숨졌다. 사인은 뇌지주막하 출혈이었다. ㄱ씨는 쓰러지기 직전 공사현장 바리케이드 위치를 옮겨 화물차가 자재를 하역할 공간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팀장과 다퉜다.
유족은 ㄱ씨 뇌출혈이 팀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ㄱ씨는 원청 건설사로부터 함부로 바리케이드를 옮기면 안전유도원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교육을 받았다. 한달 단위로 연장계약을 체결해 근무하는 단기계약직 신분이라, 팀장 지시를 이행하면 안전유도원으로 일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족은 이런 취지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업무로 인한 뇌출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 청구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공단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ㄱ씨 사망을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고용 특성에 비춰볼 때 팀장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입장이었을 것임에도 사망 직전 공개적으로 다퉜다. 팀장의 행동을 제지하려 제3자까지 불러오는 등 다툼의 정도가 일시적인 충돌로 치부할 상황이 아니었다. 망인은 흥분과 불안이 교차하는 심리상태를 겪었을 것이고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스트레스는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가중하고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망인과 팀장의 다툼은 갑작스러운 사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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