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5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수거 중인 경비원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밖 도로를 청소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경비 노동자의 근로 계약을 합당한 이유없이 갱신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서울 용산구 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 노동자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경비 노동자 ㄴ씨는 2020년 1월∼6월 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일했다. ㄴ씨는 그해 5월14일 입주자대표회장이 “아파트 밖 도로를 청소하라”고 지시하자, 이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ㄱ씨와 회장은 크게 다퉜다. 그로부터 6일 뒤인 5월20일, 입주자대표회의는 ㄴ씨를 포함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 9명 전원에게 6월30일자로 기간제 근로 계약의 만료를 통보하고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이에 ㄴ씨와 또 다른 경비노동자 ㄷ씨는 “근로계약 만료 통보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년 9월 “ㄴ씨와 ㄷ씨에게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ㄴ씨 등의 해고를 취소하라고 판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같은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 역시 지난해 1월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입주자대표회의는 그해 2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유지한 중노위 재심판정이 적법하다”며 “경비 노동자들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ㄱ아파트가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경비원들의 근로계약을 갱신해 온 관행이 있었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 노동자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ㄴ씨와 ㄷ씨의 근로계약을 종료시켰다. 입주자대표회의가 ㄴ씨에게 아파트 밖 공간까지 청소를 요구한 것이 정당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들고, 입주자대표회장과 ㄴ씨가 크게 다툰 정황을 보면 어느 일방의 진술이 더 믿을만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서 ㄴ씨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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