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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실상’ 알린 ‘TK생’ 지명관 교수 별세

등록 2022-01-02 16:33수정 2022-01-03 02:02

주간 지낸 ‘사상계’ 폐간 뒤 일본행
73년부터 15년간 잡지 ‘세카이’에 기고
인권탄압·민주화운동·광주학살 등 알려
김대중 정부 때 ‘한국방송’ 이사장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인 1970~80년대 일본에서 ‘티케이(TK) 생’이란 필명으로 한국의 인권탄압과 민주화 투쟁 상황을 세계에 알린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1일 오전 7시55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8.

1924년 평북 정주에서 난 고인은 김일성대학 제1회 입학생 출신으로 1947년 월남해 서울대 종교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 박사 과정(종교철학 전공)을 수료했다. 한국전쟁 때 4년간 통역 장교로 복무하고 육군 중위로 제대했으며 1960년대 초 덕성여고 교장을 지내기도 했다.

1960년 4·19 혁명을 계기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고인은 64년부터 3년 동안 장준하 선생이 창간한 잡지 <사상계> 주간을 맡았다. 박정희 정권에 비판적이던 <사상계>는 1970년 5월 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당하고 사장과 편집인까지 구속되는 탄압을 겪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박정희가 유신 쿠데타를 일으킨 1972년에 덕성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고인은 도쿄대 교환교수 초빙을 받아 도일했다.

애초 1년을 예상한 고인의 일본살이는 1993년까지 20년 이상 이어졌다. 일본을 거점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을 돕자는 오재식 당시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도시산업선교부장의 적극적인 권유에 응한 것이다.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2003년 <세카이>에 실린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필자 티케이(TK)생이 자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2003년 <세카이>에 실린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필자 티케이(TK)생이 자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인은 도쿄여대 객원교수로 있던 1973년부터 88년까지 일본의 진보 성향 월간지 <세카이>에 ‘티케이(TK) 생’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15년 연재하며 독재에 신음하는 고국 상황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사들이 ‘한국 자료’를 몰래 보내오면 고인이 글을 쓰고 야스에 료스케 <세카이> 편집장이나 비서가 필사한 뒤 원고를 불태우는 방식이었다.

고인이 광주민중항쟁 3개월 뒤인 1980년 8월 <세카이>에 발표한 ‘어둠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글은 ‘5·18’ 광주의 참혹한 시민 학살 실상을 낱낱이 전해 주목을 받았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 독재에 저항해 1975년 4월 할복 자살한 김상진 서울대 농대생의 추도식마저 막고 강제 화장한 사실도 <세카이> 독자들은 고인의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고인의 서울대 종교학과 후배인 오재식 박사는 2013년 <한겨레> ‘길을 찾아서’ 연재에서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은 73년 야스에 편집장 권유로 시작됐으며 앞서 고인과 야스에의 만남을 주선한 이는 선우휘 당시 <조선일보> 주간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이 이 칼럼을 썼다는 사실은 철저히 비밀로 지켜지다 2003년 <세카이> 지면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1993년 귀국한 고인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99년 한-일 문화교류 목적으로 출범한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과 <한국방송> 이사장(2000~2003)을 지냈고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장도 맡았다.

<한국 현대사와 교회사>(1975), <한국과 한국인>(2004), <한일 관계사>(2004), <경계를 넘는 여행자>(2006) 등의 저서가 있다. 2006년에는 일본에서 집필한 칼럼을 중심으로 1970∼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의의를 짚은 책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냈다.

유족으로 부인 강정숙씨와 자녀 형인(일본 게이오대 교수) 효인(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임원) 영인(미국 미네소타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이며 발인은 4일 오전 7시다. (02)2072-2022.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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