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공소 제기한 검사의 서명이나 날인이 없으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의 공소장에 검사의 서명 또는 날인이 빠진 점을 들어 공소를 일부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ㄱ씨 사건은 201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경기도 가평군에서 피해자에게 “건설현장 택지를 조성하는데 굴삭기를 빌려주면 월 850만원을 주겠다. 믿고 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ㄱ씨는 신용불량자여서 일정한 수입이나 재산이 없었다. 빚도 4억8천만원이나 있어, 대여료를 줄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 ㄱ씨는 피해자를 속여 그해 10월13일부터 11월30일까지 굴삭기를 빌리고 1266만6천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다른 피해자 3명을 비슷한 방법으로 속인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ㄱ씨의 사기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여럿이고 피해금이 상당하며 회복되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2심은 ㄱ씨 형량을 징역 11개월로 감형하며 ㄱ씨 ‘굴삭기 대여 사기 사건’에 대한 검찰 공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공소장에 검사의 서명 또는 날인이 돼 있지 않다. 검사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없는 상태로 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은 형사소송법에 위반된 서류”라고 판단했다. 이어 “1심은 공소제기절차 하자를 간과한 채 ㄱ씨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따라서 1심 판결엔 공소제기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 57조1항에는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을 때는 작성 연원일과 소속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도 “굴삭기 대여 사기 사건 공소장에 공소 제기한 검사 기명만 있고 서명 또는 날인이 없다. 다만 이 경우 공소를 제기한 검사가 공소장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추후 보완하는 등 방법으로 공소제기가 유효하게 될 수 있다”면서도 “이런 하자에 대한 추후 보완 요구는 법원의 의무가 아니다.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원심 결론은 옳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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