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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일 ‘30돌 수요시위’도…소녀상 앞에서 밀어낸 극우

등록 2022-01-04 17:50수정 2022-01-05 15:26

5일 집회장소 ‘경찰서 버티기’ 자유연대에 뺏겨
다음주 수요집회 장소마저 엄마부대에 뺏겨
정의연, 국가인권위에 ‘집회 보호’ 진정키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30주년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인근 건물에서 반사한 햇빛이 비친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30주년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인근 건물에서 반사한 햇빛이 비친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992년 1월8일 시작한 ‘수요시위’가 5일로 30주년을 맞는다. 1525차 수요집회는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자리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낮 12시부터 열린다. 집회 장소였던 평화의 소녀상 자리를 일본군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는 극우단체가 선점했기 때문이다.

극우단체의 장소 선점은 2020년 5월부터 시작됐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뒤 극우 성향의 자유연대가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미리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의연은 지금까지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 장소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집회 신고는 30일(720시간) 전부터 가능한데 극우·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 신고를 받는 종로경찰서 대기장소에서 돌아가며 밤을 새는 탓에 매번 장소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5일은 이번 30주년 수요집회 신고 날짜였다. 정의연은 신고일 이틀 전부터 종로경찰서에서 밤을 샜지만, 이미 자유연대를 비롯한 극우·보수단체 회원들이 신고 장소에 버티고 있었다고 한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숙식하며 버티고 있어 근처 빈 공간을 찾아 2순위로 겨우 신고했다”고 말했다.

극우단체들은 2순위 집회 장소도 선점했다. 종로경찰서 정보과는 “다음주 수요일인 1월12일 ‘엄마부대’가 현재 정의연이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장소로 먼저 집회 신고를 했다. 두 단체 간 협의를 해야겠지만 아마 엄마부대 쪽이 집회 공간 쪼개기도 안 된다며 버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4년 먼저 신고된 집회가 다른 집회 개최를 봉쇄하기 위한 허위 집회신고일 때는 보장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기업 등이 노조 등의 집회 개최를 막기 위해 장소를 선점하는 ‘알박기 집회’ 논란이 커지자 국회는 2016년 1월 후순위 집회 신고자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집시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집회 신고가 중복될 때는 집회 주최 쪽에 ‘분할 개최’ 권유 등을 노력해야 한다.

제151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앞에서 열린 지난해 11월10일 낮 국사교과연구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활동가들의 모습과 손팻말 너머로 수요시위 현장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제151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앞에서 열린 지난해 11월10일 낮 국사교과연구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활동가들의 모습과 손팻말 너머로 수요시위 현장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의연을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경찰이 이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5일 오전 수요집회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을 내기로 했다. 강경란 정의연 연대운동국장은 “극우단체들은 ‘수요시위를 영원히 없애버리겠다’며 동일 장소에 집회 신고를 내고 있다. 또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모욕적인 말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구제조치를 통해 집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이런 행위를 방치하는 경찰도 함께 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극우단체 등의 집회 신고가 자신들이 반대하는 집회 자체를 막기 위한 ‘알박기 집회’ 성격이 분명한데도, 논란을 피하려는 경찰이 기계적 일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 쪽은 “단체간 마찰을 우려해 소녀상을 중심으로 구획을 나눠 관리하고만 있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국가인권위는 유사한 진정사건에서 “경찰은 후순위 집회 신고자의 집회 개최를 보장할 수 있도록 시간·장소 분할 개최 권유 등 조율 의무를 적극 수행하고, 분할 개최 권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순위 집회를 함부로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현행법상 장소 선점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수요집회는 소녀상이라는 집회 장소에 의미를 두는 집회인데, 이를 막기 위해 하는 알박기 집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 특정 장소에서 두 단체의 집회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준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관련기사 : 평화의 소녀상 앞 보수·반일단체 또 충돌…몸살 앓는 수요집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87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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