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고 확인 차원에서 한 대답은 명예훼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던 ㄱ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ㄱ씨는 서울의 한 호텔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이다. 그는 2018년 11월 호텔 본점 출입구와 본점 인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다른 노조 관계자 등에게 “노조위원장 ㄴ씨가 회사 쪽에 ‘이번 임금협상 교섭에서 임금인상분이 1.5%로 정리되면 1%는 조합원에게 지급해주고 0.5%는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는 말을 회사 경영지원부문장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2018년 12월 노조 교섭위원 10명이 있는 자리에서 ㄴ씨가 먼저 자신에 대해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해명을 요구하자, ㄱ씨가 답하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또다시 하기도 했다. 2019년 1월 노조 대의원대회에서도 ㄴ씨와 대의원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ㄱ씨는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검찰은 ㄴ씨가 호텔 회사 쪽 임금협상 교섭에서 임금협상분 0.5%를 개인적으로 챙겨달라고 한 적이 없고 경영지원부문장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모두 네차례에 걸쳐 허위사실을 말해 ㄴ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ㄱ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며 “ㄱ씨가 허위사실을 말한 점이 인정되고 자신이 말한 내용이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ㄱ씨 형량을 벌금 5백만원으로 감형하며 “ㄱ씨가 허위인 줄 알면서 사실을 적시했는지 의문이 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ㄱ씨가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을 알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는 충분히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2018년 12월, 2019년 1월 ㄱ씨가 해명을 요구받고 말한 내용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 또는 대의원이 해명을 요구하자 ㄱ씨가 답변한 것에 불과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뜻이 있었는지 인정할 수 없고,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적시라고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명예훼손죄의 고의와 사실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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