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의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4월26일 오전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경찰 지휘부가 일선 경찰관들에게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취합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근 인용했다.
5일 인권위 설명을 종합하면, 인권위는 지난달 28일 침해구제제1위원회에서 일선 경찰관이 경찰 지휘부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요 부분은 기각했으나 백신 접종 여부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취지로 인용 결정했다.
인권위는 경찰 지휘부가 백신을 맞지 않은 경찰관들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간관리자들이 일선 경찰관의 백신 접종 여부와 예약 현황 등 관련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현재 자세한 조사 내용과 판단 근거 등이 담긴 결정문을 작성 중이다.
지난해 4월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인 김기범 경위는 ‘경찰 지휘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해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김창룡 경찰청장과 이문수 경남경찰청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26일부터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찰 지휘부는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해왔다. 김창룡 청장이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에서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지시했고, 간부들이 경찰서 과별·지구대별 접종 예약률을 집계하고 비교하면서 직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경위는 전국 경찰관들이 제보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공문 등 관련 자료를 모아 인권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 경위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실질적인 접종 강요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아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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